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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ㅣ 브라운 신부 전집 4
G. K. 체스터튼 지음, 김은정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7월
평점 :
무더운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제격이라더니...
더위를 잠깐이나마 잊기엔 딱인 책인 것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나 셜록 홈즈의 그것과는 또다른 맛이 난다.
앞의 두 소설이 스피디하고, 동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이라면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정적이고 철학적인 유럽 스타일?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맛이 난다.
그가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분석하는 과정은 악랄하고 파렴치한 범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그 범인이 곧 나 자신일수도 있는, 내 안의 양심과 악마성을 반성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어이없는 반전이나 논리정연한 사건분석에 감탄을 하기 보다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나의 내재된 가식과 야만성, 자기기만, 선입견을 발견하고 몸서리치게 만든다.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사악한 인간인지, 혹은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 알 때 비로소 선한 사람이 됩니다. 범죄자들을 마치 외딴 숲속에서 지내는 유인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롱하고 비웃으며 그들을 이야깃거리로 삼을 권리가 있는지 깨닫게 될 때까지는, 그들이 불완전한 두개골을 가진 하등 동물이라고 떠들어대는 자기기만을 그치게 될 때까지는 아직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범죄자가 창조적인 예술가라면, 탐정은 비평가에 지나지 않지"
추리소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고, 속뜻을 파악할 수 있는 사토라레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그런 것이 추리소설의 매력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