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
한국역사연구회 / 청년사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고대사는 최대한 우리 역사를 장구한 것으로 생각하기 위하여, 삼국시대는 불꽃 튀는 각국의 각축전과 문화의 번성을 자랑할만하여, 조선시대는 현대 바로 이전 시대로의 가치로 나름대로 잘 알고 있지만 고려시대는 이래저래 시대들틈에 끼어서 그런지 이상하리만치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그래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문익점, 의천, 김황원, 김의민, 신돈, 최영, 이규보 등의 인물들을 열거해두고 이 중 고려사람이 아닌 사람을 골라라 하면 한참을 헤매게 된다. 답은 없다다. 모두 고려사람이다.

이 책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대각국사 의천, 지눌, 김부식 등 고려시대 유명인(?)과 유명하지 않은 농민들, 무당들을 비롯한 백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의 서브노트 정도될 것 같다. 예를 들어 팔만대장경을 국사교과서에서는 해인사, 강화도, 대몽항전, 호국 불교, 소금물, 찬란한 문화의 꽃, 목판 인쇄술의 발달 정도의 핵심어휘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팔만대장경이 왜 팔만대장경인지, 제작 비용은 어떻게 감당했는지, 누가 어떻게 새겼는지,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 의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들어있다. 이렇게 국사시험에 도움되는 이야기와 고려장은 과연 고려시대 장례풍속이었나? 이러저러해서 아닐 것이다라는 주장이 실려 시험에 별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도 많다. 이 밖에 이 책은 고려시대 불상, 청자, 삼국유사 대 삼국사기, 풍수지리, 호적, 군대, 신분제도, 남녀차별의 허와 실에 대한 업그레이드 역사를 다루고 있다.

아쉬운 점은 20여 개의 주제별로 저자가 달라서 문체와 집필 방향의 편차가 있고 때로는 언급했던 이야기가 반복해서 다른 주제에 등장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학창시절 국사를 암기에 의존하였다가 이제는 우리 역사에 대한 무지에 새삼 부끄러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 같다. 조카가 고려시대를 물어보는데 고려장과 고려청자 등 ‘고려’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만 기억하고 있으면 참 민망하지 않을까? 최소한 나는 역사를 어제를 되새겨 오늘을 생각하는 등의 거창한 개념까지 생각할 수준도 되지 않는다.

다만 외국 손님이나 어린 조카가 우리 역사에 대해 질문했을 때 꿀먹은 벙어리처럼 얼굴만 화끈거리는 경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학창시절 국사 교육이 어째서 문제라는 핑계를 대기에는 좋은 책들이 훌륭한 저자들의 노력으로 너무 많이 나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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