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되찾은 시간 그리고 작가의 길 북드라망 클래식 (북클)
오선민 지음 / 북드라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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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한다면 ‘이 책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나!’ 이다. 이 책은 2014년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나는 이 책의 원판을 2018년에 읽었는데 그 때는 이렇게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을 손에 잡고 중간 멈춤 없이 끝까지 다 읽었다. 밤은 깊었는데 중간에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뒤에 올 이야기가 궁금했다. 작가의 말대로 개정을 하면서 머리말과 약간의 내용 수정만 있었을 뿐인데 그간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마도 내가 3년의 시간동안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일로 달라졌고 무엇보다 최근에 읽고, 쓰기 공부를 하면서 글쓰기의 태도에 관한 관심이 컸기 때문에 이 책과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된 것이 이유 같다.

 

책꽂이에 꽂힌 이 책의 원판을 찾아서 읽어보니 작가는 머리말을 완전히 새로 썼다. 원판에는 책을 쓸 것을 제안 받았을 때 이제 막 백일이 된 쌍둥이 딸들을 두고 책을 쓰려는 급한 마음과 육아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쳐 목표와 의무에 사로잡힌 채 흘려보냈던 시간들, 그러다 문득 그런데 왜 프루스트는 작가가 되려고 했을까? 라는 질문을 해보게 되고, 프루스트가 쓰려던 것은 줄거리(인과)가 아니라 작가의 태도에 관한 것임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미치고 나서 작품이 전혀 다르게 해석되었다고 한다. 거기서부터 작가는 새롭게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7년 만에 다시 이 책은 출판사를 바꾸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고 작가는 한결 여유로운 어조로 개정판의 머리말을 쓴다. 나는 어쩌면 작가도 개정판 작업을 하면서 7년 전 자신이 쓴 작품의 독자가 되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작가가 이 책에서 강조했던 자신에게 던지는 천 번의 질문, 절차탁마하는 수도승, 수련하는 삶에 대한 깨달음은 깨달음에서 그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개정판뿐만 아니라 2020년 9월 출간된 『자유를 향한 여섯 번의 시도-카프카를 읽는 6개의 키워드』(나는 이 카프카에 대한 책도 읽었는데 프루스트에 대한 책보다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2021년 중 출간될 예정인 ‘그림동화 인류학’(가제)가 그 응답이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기획하고 집필하는 데 14년이 걸렸다. 작가는 머리말에 “프루스트는 소설을 쓰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많은 질문들로 가득 차 있었는지를 보려고 했다. 동시에 끝도 없이 매번 달라지는 답들에 기뻐했다.”라고 적고 있다. 작가가 프루스트의 작품을 그렇게 해석한 것은 아마도 그 인용문에서 ‘프루스트’ 자리에 ‘오선민’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넣어도 문장이 성립할 정도로 그가 계속해서 수련자의 태도로 책을 써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가 14년에 버금가는 시간동안 이 책을 고쳐 써서 개정 작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텍스트를 달리해서 그의 생각에 계속해서 하루하루 살을 붙이고 색을 입히고 있는 것 같다. 수련자 작가가 차례로 내놓을 책들을 기다리며 작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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