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패러다임 - 프로이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맹정현 지음 / 위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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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프로이트는 상당히 만만한 분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성충동에 귀속시킨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건방지게도 생각했던 것이다. 뭐 상당 부분 맞는 말이긴 한데, 그가 정립해 놓은 정신의 지도를 따라가다 보니 이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대한 분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 책은 나 같이 무지하고 편견에 사로잡혔던 독자와 프로이트의 저작을 읽어 보고 싶으나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독자들을 위한 친절하지만 만만치 않은 다이제스트다. 이 책은 프로이트의 사상을 네 가지 패러다임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시작한다.

   

그의 모든 이론의 원점인 리비도(성충동)에서 출발해 그의 말년의 성과인 죽음충동까지 확장시키는 이 정신사는 거대한 혁명이다. 이 책은 그 주요 저서들의 핵심을 상당히 진지하게 요약한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좀 어렵다는 건데 그건 다루고 있는 프로이트의 이론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의 사상에 이렇게 핵심적으로 접근 시켜준 것에는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가장 관심 가는 부분은 나르시시즘이다. 이 부분은 프로이트의 연구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발생하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에 속한다. 그전까지는 자아를 리비도와 대립적인 관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리비도가 역으로 자아에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리비도를 성충동으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마음의 동력이라고 확장시켜 보면 자아가 리비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 개념은 이 시대의 현대인들의 모습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리비도가 집중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자신의 외부인 세계에 대한 무관심으로 작동하고 있다. 더한 문제는 자기에게 집중된 관심을 제대로 풀 수 있는 창구가 그다지 없다거나 음지의 출구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정적인 작용만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읽어보면 이 나르시시즘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사실 이 시대에 나르시스트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만 해도 누가 내게 좋은 글을 썼다고 하면 “역시 나는 대단해.”하며 우쭐해져서는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타인의 그러한 칭찬은 내 삶을 외부세계와 조화시켜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나르시시즘이 작동하고 실현되는 방식은 이렇게 내가 생각한 표피적인 관념들이 아니라 ‘전이’라든지 ‘환상’이라든지 하는 상당히 복잡한 개념으로 발전하지만 난 일단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뜨거운 밥은 천천히 한 숟갈 한 숟갈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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