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주니어 클래식 11
강신준 지음 / 사계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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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나름 행복했습니다. 미인은 아니지만 가슴이 따뜻하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아내가 있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가 있었습니다. 개미네 가족은 논밭을 일구며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았습니다. 수확한 농작물로 매일 푸짐한 밥을 지어 먹었고, 밭에서 재배한 목화로 옷감을 만들어 옷도 해 입고 이불도 만들고 커튼도 만들었습니다. 흙과 나무와 돌로 만든 집은 비바람이 불어도 튼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길고 격렬한 싸움으로 먹을 것과 쇠붙이 등 모든 물자가 전쟁에 공출되면서 개미네 동네는 모두 먹을 것도 턱없이 부족하고 생활용품까지 귀해졌습니다. 모두들 갑자기 궁핍한 생활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을 때 이웃마을의 지주인 베짱이가 거래를 하자고 했습니다. 다시 논밭을 일구어 나온 농작물과 옷감 등을 가져오면 자기가 사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개미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 수확한 것들을 베짱이에게 팔았습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개미네 마을만 베짱이에게 수확물을 파는 게 아니었습니다. 옆 마을도, 옆옆 마을도 모두 힘든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베짱이에게 물건을 팔았습니다. 그러자 경쟁이 붙고 물건이 많아지자 베짱이는 사들이는 물건 가격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물건은 점점 헐값에 팔리고 개미들은 일은 더 많이 하는데도 점점 더 가난해지는 이상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베짱이는 주위의 땅을 사들였고 그 땅을 일구며 살던 개미들은 모두 베짱이에게 고용되어 일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마을엔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개미들은 그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어떤 개미도 무엇을 생산할 만한 땅도, 원료도, 기계도 없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베짱이의 소유였기에 모두들 베짱이에게 고용되어 임금을 받았습니다. 베짱이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개미들을 닦달했고 개미들의 노동시간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임금은 그대로였습니다. 해고 되면 당장 생계를 이을 수 없기에 개미들은 모두 낮은 임금에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그만두지 못했습니다. 초대 베짱이가 죽고 그 아들베짱이가 공장을 물려받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노동으로 개미들이 죽거나 다치자 그 빈자리만큼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공장이 돌아가는데 차질이 빚어지고 베짱이의 몫이 줄어들자 베짱이들끼리의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베짱이는 베짱이를 대신해 기계들을 더 돌리고, 임금이 낮은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개미들의 임금을 깎았습니다. 그럴수록 개미의 몫은 더욱 줄어들고 개미의 수는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개미들이 점점 생활고에 허덕이는 이때 나라의 왕을 뽑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1번 후보는 확고한 자신감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며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는데 기업에 유리하게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비정규직을 늘리겠다고 했고, 2번 후보는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개미들은 1번 후보를 왕으로 뽑았습니다. 1번 후보는 오직 경제를 위한 왕이란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대담하고 그럴듯한 대안들을 늘어놓았고 2번 후보는 그렇지 못하다는 불안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개미네 마을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우 받는 사회가 되었을까요?

여기서 문제)다음 보기 중 맞을 것 같은 것을 모두 고르시오.

① 개미나라는 왕이 추진한 4대강사업에 22조원이라는 혈세를 내야했고 심각한 환경오염을 겪어야했을 것이다.

② 개미들은 누구나 민간인 불법 사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③ 개미들은 왕의 유체이탈화법과 문맥이 맞지 않는 말들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꽤 고생할 것이다.

④ 왕의 재임기간이 끝나면 그가 쓴 자서전이 너무 훌륭해서 왕을 욕했던 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후회할 것이다.

⑤ 이 왕보다 못된 왕은 없을 줄 알았는데 뒤를 이은 왕이 더 못되고 못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개미들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챈 후에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습니다. 그래서 개미들은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랫동안 개미네 나라에서 금서였던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문제제기와 해결방법이 모두 있다니, 개미들은 기대가 큽니다. [자본론]을 읽기 전에, 주니어용으로 나왔지만 성인이 읽어도 좋을 만큼 [자본론]을 쉽게 해설한 이 책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를 읽어보면 더욱 좋겠죠? 자녀들과 함께 읽기에 정말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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