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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의 살인 - 제22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 ㅣ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킁킁킁. 뭐지. 이 달콤한 냄새는? 최근 제대로 된 본격을 읽지 못해 토라져서는 본격 King Sagol 김전일 애니메이션만 주구장창 돌려보던 여자에게 오랜만에 찾아 온 이 달콤한 본격의 냄새~ 아흥~
일본추리물에는 어린 혹은 젊은 탐정들이 많다. 워낙 재패니즈 이냥반들이 천재라든지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든지 하는 극적인 코드를 좋아하는 때문일텐데, 사실 그건 읽는 이들에게도 쾌감이다.
이 소설의 명탐정도 오타쿠 괴짜 고등학생이다. 안 쓰는 부실을 아지트로 수업에도 잘 안 들어가고 탱자탱자하는 덴마는 선생님이 시험에서 만점을 받지 않으면 졸업할 수 있는 점수를 안 주겠다는 협박에 기냥 시험 900점 만점을 받아 버리는 천재.
이 소설의 장점은 이런 추리물의 클리셰들이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어린 천재 탐정. 학원물. 엘러리퀸을 떠올리게 하는 귀여운 소제목들. 작은 단서가 주는 의미. 마지막에 모든 등장인물을 모아 놓고 설명하는 방식. 너무나 촘촘하게 짜여진 논리적인 추리. 절정에 이르러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그리고 여기에다 마지막에 한 번 더 놀라움을 주는 에필로그(내용은 사악하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들이 꽤 귀엽다).
사실 본격추리물에 클리셰가 많다는 건 당연한데다가 아주 칭찬이다. 본격이 가지는 매력은 역시나 정해진 틀 안에서 일목요연하게 진행되는 서술이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천재 탐정이 한껏 회색뇌세포를 자랑하며 이러저러해서 네가 범인이다! 라고 마무리를 해 주면 금상첨화. 그래. 본격은 이런 맛에 읽는 거지 하는 만족감.
이 소설은 그 틀을 충실히 따랐다.
분위기야 뭐 여타 일본학원추리물들처럼 무겁지 않고 추리도 못 따라갈 만큼 어렵지 않다.
본격요소들이 촘촘히 박힌 이 소설, 반가웠다. 추운 겨울 금요일 밤에 수면양말 신고 초콜릿이 촘촘히 박힌 쿠키 먹으며 보는 거 추천(난 촉촉한 초코칩 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