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생활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형 최첨단 인공지능 자동차 김서늬. 모치즈키가의 초록 데미오와 친구다.

다음은 두 차가 정답게 나눈 대화다.

김서늬 - 여어~ 미도리군 잘 있었는가?

데미오 -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겠나? 난 데미오라니까. 미도리상은 대여배우야.

김서늬 - 어차피 초록색이니 미도리라고 불러도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잖아~ 안 그래도 모치즈키가 사람들이 우리 데미오~ 하면서 아껴주는구만. 어때, 장남 요시오는 이제 좀 운전에 익숙해졌나?

데미오 - 조심 조심 또 조심이지 뭐.

김서늬 - 그 집 똘똘한 열 살짜리 차남 도루군은 운전도 능숙하게 잘 할 것 같은데 말이지.

데미오 - 두말하면 입 아프지! 산전수전 다 겪은 기자 다마다 겐고까지 어린애 취급을 안 하는데.

김서늬 - 겐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시오가 운전하던 차에 무턱대고 탔던 그 여배우는 어떻게 되었나?

데미오 - 아라키 미도리상 말이지? 사실은...그녀에겐 엄청난 비밀이 있어. 이 사실을 아는 건 겐고와 도루 뿐이지.

김서늬 - 내연남이었던 니와와 차로 도망치다 터널에서 사고로 죽었다고 뉴스 들었어. 다이애너비의 비극적 죽음과 닮았다고 매스컴에서도 시끄럽던데. 겐고 녀석이 무리하게 뒤쫓아 가서 전복되서 불타는 차 사진까지 찍었다며?

데미오 - 그러니까 그녀에겐 그녀 혼자만이 아니라 겐고까지 얽힌 비밀이 있다니깐!

김서늬 - 그러니까 그게 뭐냐구! 뜸들이지 말고 말해봐!

데미오 - 그건 네가 책을 읽어봐(광고:이사카 고타로의 [가솔린 생활]입니다).

김서늬 - ............책 값은 얼만데.

데미오 - 14,800원입니다.

김서늬 - 네가 주인공이라고 한껏 들떴구나. 자동차가 화자라니, 뭐 제법 재밌는 구석이군. 거기다 너 같이 순진한 구석이 있는 차는 속여 먹기도 쉽...

데미오 - 시끄러웟! 나는 비싸거나 너 같이 똑똑한 차는 아니지만 어떤 차보다 성실한 차라구!

김서늬 - 어, 그래. 그건 내가 보장하지. 나 같이 게을러서 툭하면 퍼지고 멋대로 움직이다 끼이이익 급정차가 다반사인 나랑은 정말 다르지. 그래서 날 운전하는 건 엄마 밖에 없다니깐...어디 조지 클루니 같은 남정네가 날 운전하는 일은 없을라나.

데미오 - 내가 진짜 진심어린 충고를 하자면 넌 그 (더러운)성질만 고치면 승산이 있다. 잘 빠진 차체에 최첨단 하드웨어에 운전자를 재밌게 하는 사소한 기능들. 그러니까 그 좋은 성능으로 주구장창 야구장만 다니지 말고 어디 물 좋은 클럽에라도 가 보렴.

김서늬 - ......고맙다. 역시 넌 성실한 국산차야. 비록 네가 모치즈키가를 떠나더라도 언젠가 다시 10살짜리 도루가 대학생이 되어서 너를 운전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드는데.

데미오 - 오! 그거야말로 내가 가장 바라는 꿈같은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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