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지속의 사라짐 마이크로 인문학 2
최은주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것을 내가 전혀 몰랐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이 우주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다. 머리로 아는 걸 가슴도 알고 있을 거라는 우주적 착각이 나를 미아로 만든다. 아마도 태양이 끝없이 팽창하다 내부폭발로 사라질 때까지 나의 고뇌는 계속될 것이다. 인간은 결국 죽더라는.

죽음에 대한 의문으로 이 책을 펼쳤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의 뮤즈 오필리어는 19세기 신여성들의 ‘도덕적 해이’, 그러니까 남성들이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지 않고 순결하고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것에 반하는 여인들을 단죄하는 이미지로 쓰여진다. 빅토리아 시대의 라파엘 전파는 오필리어를 순결과 퇴폐의 경계선상에 두고 그림을 그려댔다. 섹슈얼리티를 부각시켜서, 비도덕적인 이 여성은 죽음으로서 죄값을 치렀다고 그림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장 자크 루소에 의하면 여성은 남성의 기쁨을 위해 창조되었다고 하니, 오필리어처럼 광기에 사로잡혀 하등 쓸모없는 여성분들은 알아서 하세요. 케이트 쇼팬의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의 에드나처럼 바다로 걸어들어가지는 말아 주세요...진도의 차갑고 어두운 바닷물로도 이미 충분히 슬픕니다...

너무 페미니즘적 이야기만 했지만 이 부분은 도입부 일 뿐, 수많은 창작물과 예술작품, 철학자들의 사상을 씨실 날실로 풍성하게 직조하여 타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 친숙한 죽음, 혼자만의 죽음 등의 여러 주제들을 전개하며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힌다. 일반책의 2/3 정도 되는 크기의 작고 얇은 책이지만 그래서인지 꼭 필요한 문장들로 선명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 마이크로 인문학 시리즈의 최고 장점인 듯 하다. 다음으로 읽은 첫 번째 책 [생각, 의식의 소음]도 상당히 개성적으로 단숨에 읽었다. 지금까지 네 권이 출간되었는데 그 이후의 책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다. 매일 밤 영정사진 앞에 촛불을 켜 놓는다. 찬물 한 잔을 단숨에 마시고 그 앞에 앉아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했고 지금 얼마나 보고 싶은지를 곱씹는다. 우주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슬픔이다. 별을 붙잡고 울고 싶다. 슬플 땐 실컷 울어야 하는 게 인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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