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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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늬여신 : 아아 따분하도다- 꽃다운 여신의 얼굴에 밤의 장막처럼 그늘이 드리운 것이 안 보이느냐? 그대들의 태만이 부끄럽도다. 작뱅, 궁디, 똘쥐, 대괄아. 뭐 즐거운 것 없는가?

작뱅 : 엘지야구를 보시는 건 어떠세요?

서늬여신 : ......진심이냐?

궁디 : 일주일에 세 번 양념치킨을 잡수시는 건 어떠실까요?

서늬여신 : 이미 질리도록 해 보지 않았느냐. 닭뼈로 공룡화석을 만들어도 되겠구나.

똘쥐 : 밤을 하얗게 불태우며 심야영화 내리 세 편 때리시는 건 어떠십니까?

서늬여신 : 그래서 예전에 네가 준비한 것이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영화 세 편이었다는 걸 나는 잊지 않고 있다. 영화 시작 30분만에 자고 있는 너를 때리느라 밤새 잠 못 들었다는 추억이 있지.

대괄 : 여신님! 제가 요즘 야구의...아니 요정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것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얼마전 3연타석 홈런을 쳤....이 아니고 3번 연속 인간들의 사랑의 결실을 맺어준 쾌거를 이룩한 건 다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옵니다.

서늬여신 : 오! 너의 3연타석 홈런은 잊지 않고 있...이 아니라 요정으로서 너의 눈부신 활약은 전해 들었다. 그것이 책 때문이었다고?

대괄 : 예. 인간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희극이옵니다.

서늬여신 : 아~ 셰익스피어~ 나도 알지~ 원수의 자식들을 힘들게 사랑하게 해 놓고 결국은 어이없는 실수로 두 연인을 죽여버려 나를 열받게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 아니냐. 거기다 햄릿이라는 분통터지게 우유부단한 녀석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고민에 빠진 사이에 많은 사람이 죽고 결국 자기도 죽어버린 허무함의 끝을 보여 주었던 비극 작가가 아니냐. 마치 오지배가 무사 1,2루에서 병살성타구를 실책하여 무사 만루를 만들어주는 정도의 분통이었다.

대괄 : 저기...뭔가 굉장히 삐뚤어지셨네요...뭐 문학작품이란 게 다양한 해석이 더 재밌다는 걸 잘 아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좀 더 유쾌한 작품을 만나보시는 건 어떠실지요? 우유부단한 햄릿도, 어리석은 리어왕도, 폭군 맥베드도, 질투의 화신 오셀로도 저 밤의 깊은 곳으로 던져 버리고 요정들과 사랑스러운 연인들의 한 여름밤의 한바탕 소동을 권해드립니다.

서늬여신 : 엘지야구를 10년 동안 보면 성격이 이렇게 된다. 음...듣자하니 거기 사랑의 작대기가 상당히 복잡하다더구나? 오베론이라는 너희들의 왕이 아름다운 아내 타이테니아가 데리고 있는 미소년을 빼앗으려다 실패하니까 복수하려고 시작한 일이었다지? ......오베론에게 아청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려 줘야겠군. 그래서 성공은 했느냐?

대괄 : 이건 뭐 성공을 넘어서 임무를 떠맡은 퍽이라는 요정이 난장판을 만들었죠. 타이테니아가 당나귀와 사랑에 빠지게 하고, 두 여자와 두 남자의 작대기가 엉뚱하게 엇갈리게 섞어 버려서 매몰차게 내쳤던 여자에게 갑자기 사랑을 고백하고, 아버지의 반대를 피해 같이 도망치던 여자를 내팽개치고 갑자기 딴 여자에게 온갖 찬사를 하게 만들죠.

서늬여신 : 아니 그런 상황을 어떻게 만들었단 말이냐? 오지배 같은 녀석이 거기 있었단 말이냐?

대괄 : 제발 우리 불쌍한 지환이는 잠시 접어 두시옵고, 큐피드의 화살이 떨어진 장소에 꽃이 피었는데(비올라이옵니다) 그 꽃물을 잠자는 사람의 눈에 떨어뜨리면, 잠을 깨는 순간 최초로 본 것과 미칠듯한 사랑에 빠지게 된답니다.

서늬여신 : 아니 그렇게 편리한 게 있다니, 대괄아, 강동원을 데려와서 수면제 먹이고 재웠다가 꽃물을 뿌리고 제일 먼저 나를 보게 해다오.

대괄 : ...여신님 송강호를 좋아한다고 하시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결국 선택하는 것은 강동원이로군요...진실이란 때로 너무 슬픕니다...

서늬여신 : 아놔 그럴수도 있는거지 너 참 인생관이 비관적이구나. 그건 그렇고, 그래서 그 대소동이 결국은 어떻게 되느냐?

대괄 : 제목이 ‘한 여름밤의 꿈’ 아니겠습니까? 모두들 한바탕 꿈을 꾼 듯 신기해하며 서로 서로 제 짝을 찾아 잔치를 벌이지요. 뭐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런 거 입죠.

서늬여신 : 그리고 그 미소년은 결국 누구 차지가 되지?

대괄 : 타이테니아가 양보하며 결국 오베론의 차지가 되지요.

서늬여신 : 그놈 참...요정들의 왕만 아니었다면 신고하고 싶구나. 전화번호가.....

대괄 : 그리고 또 이 희극이 재치만점 서늬여신님의 마음에 쏘옥 들만한 점이 있사옵니다. 말빨이 아주 죽입니다. 재치있고, 유머있고, 찰지답니다. 모든 작품에서 이런 점 때문에 셰익스피어가 오래 오래 사랑받는 이유죠. 비극은 비극대로, 희극은 희극대로 작품마다 그 경중을 달리하는 주제관도 한몫 하옵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서늬여신님의 권태로움을 좀 달래줄 수 있으려나요?

서늬여신 : 네가 요즘 안타만 많이 치는 게 아니라 독서도 열심히 했구나. 그런데 그렇게 읽는 만큼 블로그에 리뷰는 착실히 올리고 있느냐?

대괄 : (뒷걸음질 친다)채, 채, 책탑은 공들여 쌓아 놓았습니다. 한 권 한 권 읽다 보면 리뷰는 저절로 쓰여지지 않겠습니까...

서늬여신 : 너 아직 책탑쌓기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나. 석가탑을 짓는 데 몰두한 남편 아사달을 애달프게 찾다가 연못에 몸을 던진 아사녀를 모르느냐. 공든 탑이 무너지기 전에 다음 주까지 지난 주에 읽은 두 권의 책 리뷰를 올리고 주소를 내게 제출하라. 그럼 나는 이만 자련다. 꽃물 준비하고 강동원 데려오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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