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6
아서 밀러 지음, 최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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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은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다. 그 막무가내식 논리가 어느 순간 절대진리가 되어 ‘누가 마녀인가’라는 질문과 ‘누가 사악한가’라는 질문을 일치시켜 버린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마녀’는 무조건 ‘악한 것’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반박을 허용치 않는 진리가 되는 순간이다. 마녀는 당연히 악한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면 우린 이미 마녀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의 문제는 항상 그 시대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에 맞춰진다. 마녀사냥은 그것이 얼마나 더럽게 변질 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다.

 

세일럼이라는 작은 마을. 패리스 목사는 숲속에서 흑인 노예 타투바와 소녀들이 모여 알몸으로 춤을 추며 집회를 여는 것을 목격한다. 거기엔 목사의 딸 베티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목사는 딸을 두둔하며 소녀들을 조종하는 마녀가 있다고 단정한다. 같이 집회를 벌였던 목사의 조카 애비게일은 이것을 이용해 마을 사람들을 마녀사냥의 광풍에 휩쓸리게 한다. 거기엔 불륜 관계였던 프록터의 선량한 아내 엘리자베스를 없애버리려는 음모가 숨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 간의 시기심과 질투, 권력에의 욕망, 욕심, 편협함이 뒤엉켜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작가가 이 작품을 매카시즘을 비판하며 썼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좀체 없어지지 않는 일명 ‘빨갱이’색출을 보면 전혀 남의 일이 아니다. 그 ‘빨갱이’안에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과 이념을 개입시켜 ‘내가 맘에 들지 않는 놈=빨갱이’라는 공식이 된다면 이건 실로 무서운 일이다. 17세기의 마녀사냥 개념이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참 씁쓸하다.

 

덧1) 농담은 정도껏. 농담이라고 하면 다 웃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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