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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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의 니토처럼 항상 미소 짓고 있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혼자 있을 때는 무섭도록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군중 속에서는 항시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걸 깨닫고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이런 나를 사람들은 다정하고 인정이 많다고 하겠지. 물론 내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2중으로 나뉘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냉정한 면도, 다정한 면도, 어리석은 면도, 똑똑한 면도 있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중적인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타인을 볼 때 그 많은 모습들 만큼이나 다중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이 아르고스도 아니고 딱 두 개의 눈으로 보는 타인은 딱 두 개로 보인다.

 

맘에 드는 사람. 맘에 안 드는 사람.

그리고 그 감정이 좀체로 변하지 않는 것은 크나큰 비극이다.

 

‘나’가 길고 긴 여정으로 니토의 인간상을 추적하는 것은 결말에 가서 결실을 맺을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스미이며 쇼코와의 만남은 결국 모든 것이 ‘전부 나라는 필터를 거친 허상'(p338)임을 깨닫고 허무감에 휩싸인다. 그 필터는 니토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라는 필터였다. 니토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증언하는 그 많은 사람들을 취재해 놓고도 ‘나’의 니토에 대한 판정은 변하지 않는다.‘나’에게 그는 그냥 살인범인 것이다. 그리고 타인에게도 그가 살인범이기를 바란다. 안심하고 싶어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한 척하며 살고 있다. 자신들이 이해한 척한다는 사실조차 보통은 잊고 있다. 안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바로 불안해 지니까.’(p338).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책 놓은 공간이 없어서 아내와 딸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시작부터가 충격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니토에 대한 조사과정도 무척 흥미를 돋군다. 다만 이런 철학적인 결말보다 좀더 세부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실적으로 끝냈다면 정말 끝까지 흥미진진한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 수식이 거의 없는 짧고 건조한 문장은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겠다. 이 작가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음...다른 책들은 어떨까나? 한 권 더 콜?

 

* 이 소설처럼 인터뷰 르포 형식에 인간의 시선, 관점을 이야기하는 온다 리쿠의 [Q & A]를 같이 읽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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