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강상준 외 옮김 / 프로파간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겁 많은 10대였고, 겁 많은 20대였고, 겁 많은 30대다. 겁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인간관계에 대한 소극적 자세, 일이 풀리지 않는 데 대한 불안, 질병에 대한 공포, 미래에 대한 근심 같이 보편적인 겁들) 그 시기시기마다 느끼는 겁이 달랐지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릴적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하나 변하지 않는 겁이 있다.  

 

공포영화의 소재들이 그것이다. 주로 귀신, 초자연적인 것, 연쇄살인마.  

 

어린 시절에 봤던 전설의 고향을 어찌 잊으리오. 시체에서 잘라낸 다리 한 짝을 품에 안고 도망치는 여인을 외발로 쫓아가며 “내 다리 내놔.”를 울부짖던 시체(서양의 개념으로는 좀비가 되겠지). 엑소시스트에서 목이 돌아가는 소녀. 나이트메어 프레디의 피투성이 난도질. 오멘에 흐르는 무섭도록 암울한 악마의 기운. 돼지피를 뒤집어 쓴 캐리. 우물에서 기어 나와 어기적거리며 걸어오는 사다코. (이렇게 적어보니 꽤 올드하구만).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거다. 일단 살고 볼 일 아닌가? (물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죽을 만큼 시달리는 주인공을 보면 그냥 첫장면에서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는 일단 지금 내가 어떻게 공포영화 안에 있는걸 알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이 책을 어떻게 입수했는지(ex : “숲속에서 발견했어” - 이런 엉성하고 부자연스러운 설정이 가능한 장르는 딱 하나뿐이다. 곧바로 제2장 ‘슬래셔 생존교실’로 넘어가라.),  

 

주위를 둘러보고(ex : “주위 사물들의 입자가 거칠어 보이나?” - 이는 당신이 촬영당하고 있거나, 백내장을 앓고 있음을 의미한다. 두 가지 모두 좋지 않은 징조다. / “당신은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나? - 21세기 초 영화 규칙에 따르면 공포영화 안에 일본어를 쓰는 사람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스스로가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캐릭터에 가까운지(ex : 단음절 이름의 나이스가이, 천박한 스타일의 고스족 여자애, 경찰이나 목사 혹은 마을의 제일가는 부자의 순진무구한 딸, 찌질한 공부벌레 등등등),  

 

달력을 확인하라든지(ex : 공포영화에는 오로지 7월, 10월, 12월만 존재할 뿐이다. 7월의 십대들은 학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술을 마시고 비키니를 입고 여름 캠프로 달려가 서로의 동정을 뗀다. 10월은 가장 불경한 달로, 오래 전 죽은 연쇄살인마와 유령, 마녀, 온갖 종류의 짐승이 현세로 돌아와 복수의 칼날을 간다. 12월은 크리스마스 살인파티, 악마 산타, 귀신 들린 새아빠, 그렘린, 폭설로 고립된 경비원들에게 예약되어 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라든지(ex : 공포영화에서도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지만 그중 21시간은 밤이다. 항상 어둡다면 공포영화 안에 있을 확률은 매우 높다. 언제나 보름달이 떠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속편에 출연중이라면 그나마 살 확률이 높아진다. 속편이 늘어갈수록 전개는 느슨해지고, 살인마의 수법은 예측가능해지며, 위험구역은 확연히 구분되기 마련이다."  

 

그러고 나면 장을 나누어 각 공포영화에 대한 대처법을 친절히 가르쳐준다. 제2장 슬래셔 생존교실(마스크, 장갑, 그리고 모텔) / 제3장 무생물계 악(인간이 만든 죽음의 도구) / 제4장 무덤학(유령, 좀비, 그리고 소생자들) / 제5장 광포한 송곳니(외계생물과 짐승) / 제666장 악마의 도전(저주, 악령, 그리고 악마). 

 

그래서...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실용성이 높다는 데 있다. 친절하게 이것저것 가르쳐 준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아는가? 아니, 지금 이미 난 공포영화의 주인공까진 아니더라도 주인공의 절친(혹은 여자친구, 남자친구)으로서 같이 사투를 벌이며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한 다음에야 주인공을 빛내주려 죽어버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면 가차 없이 주인공 먼저 없애면 영화는 끝나 버리고 나는 살아 남을 수 있나? 음... 

 

어쨌든 준비해서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선택하자. 이것저것 끝없는 공포에 시달리고 싶지 않으면 그냥 시작한지 10분 만에 죽든가, 어쨌거나 무슨 고생을 하든 난 살아야겠다 싶으면 이 책을 손에 꼭 쥐고 빅토리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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