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가 보낸 편지 -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윤해환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작가는 타고나는 것이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왜냐하면 이 작가는 재능뿐만 아니라 노력까지 가졌기 때문이다. 그 흔적이 촘촘하게 짜여져 하나의 단단한 방갓을 만들어냈다. 그 방갓은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고 살짝 벗어 내려 놓은 방갓 사이로 수줍게 웃고 있는 여인네의 따뜻함을 지녔다. 요즘 젊은 작가들 중에서 작품 속의 시대배경을 이렇게나 잘 녹여낸 작가가 있을까. 배경이나 풍경 묘사, 곳곳의 장소와 건물, 자잘한 소품, 생활상, 등장인물들의 찰진 대화가 이 시대 배경 속에 내가 녹아드는 듯하다. 아- 황홀한 경험.

 

이런 배경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캐릭터가 확실하니 자연스럽게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동반하고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똘똘한 셜록키언 카트와 순수함 하나로 똘똘뭉친 김내성, 뭔가 알 듯 모를 듯한 매력을 물씬 풍기며(분명 매우 육감적인 몸매를 지녔을 것 같다) 내성보다 더 시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내성의 아내 영순 이외에도 주인공들 못지 않은 조연들의 연기(이 소설은 영상화하기 딱 좋은 속도감을 가지고 있다)도 볼만? 읽을만? 하다. 특히 제일 좋았던 부분은 김내성과 영순이 토닥토닥 옛스러운 어투로 나누는 대화부분. 아- 사랑스럽다.

 

감정이입으로 보자면 문장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일견 감정적으로 보이는 듯 한데 그것이 배경이나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오히려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만 추리소설적 측면으로 보자면, 추리적 요소들 -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나 생각의 전환을 불러오는 반전 - 이 조금 임펙트가 부족하나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런 작은 것들은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잘 짜여진 구성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의 따뜻함(일본 미스터리의 인위적인 따뜻함과는 확실히 다르다. 한국 미스터리의 따듯함을 찾아낸 소설이랄까)이 어우러져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까 절로 궁금해진다.

 

독자에게 잘 만들어진 방갓 하나쯤 선사하는 이런 소설, 올 겨울 손난로 대신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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