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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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나의 히스클리프.

내가 캐서린이었다면 당신을 혼자 두지 않았을 텐데.

외로움. 고독. 절망. 매일밤 그 어둠의 감탕에 스스로 몸을 누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 아니 사랑...이야기.

나는 버려두고 내가 당신이 되는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를 읽는 건 고통이다. 당신의 사랑은 너무나 무서우리만치 한 사람만 보고 무서우리만치 자신을 버린다. 내가. 내가 캐서린이었다면 당신을 두고 다른 사람과 결혼 같은 거 안 할텐데. 당신을 그리 잔인하고 괴팍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어쨌거나 당신은 오로지 거울 속의 또 다른 당신처럼 야생의 성미를 가진 캐서린을 사랑할테지.

다른 이의 불행은 내 알바 아니고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며 오직 캐서린만을 생각하는 당신이 나는 부럽다. 나는 아직 다른 이가 불행해지는 것이 불안하고, 내가 나서서 그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건 더더욱 못 하겠다. 당신의 사랑을 완성형이라고는 빈말이라도 할 수 없지만, 다시는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사랑이라고는 자신있게 말해 주겠다.

창 밖의 나무에서, 가파른 언덕에서, 거센 바람에서, 오래된 습지에서, 모든 것에서, 모든 것에서 캐서린을 보았던 당신인데, 캐서린이 없는 그 긴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의 히스클리프. 그런데 히스클리프, 나는 당신이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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