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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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술관 경험은 짧고 굵다. 한국에서는 10년에 한 번 갈까 말까인데 단체로 유럽여행을 갔을 때 이러저러한 컨셉의 미술관을 가는 행운을 누렸다. 야외미술관도 있었고 자연친화적 미술관이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취지에 딱 들어맞는 건축물이 하나 있었는데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 수직숲으로 보이는 이 아파트는 각 세대마다 숲을 연상시키는 식물을 심어 놓았다. 미술과 건축의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조화였다.


이렇게 거리에서 갑자기 맞닥뜨린 미술은 생각보다 더 큰 즐거움을 안겨준다. 공간에 갇혀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전복하여 위풍당당한 자유로움을 뿜어낸다. 아마 그것이 예술의 궁극적인 아름다움이 아닐까. 이 책은 저자가 하나하나 발품을 팔아 찾아낸 이 아름다운 길 위의 미술품들을 차분하고 객관적인 서술로 독자에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이야기나 관련된 재밌는 일화들을 알려줌으로써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러나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대상이 부정적으로 반영된 미술품과 건축물도 적지 않다. 국회의사당에 얹혀진 아무 의미 없는 돔은 건축이 권력의 시녀가 된 첫 케이스”(박민철 시간향건축사무소장)라 평가된다. 원래 1968년 선정된 첫 설계안에는 돔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주 의회의사당의 돔을 보고 온 박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도 돔을 얹지 그래.”라고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황금비율을 그렇게 무너졌다.

주말엔 거리로 나가볼까. 오미크론에 대비해 KF94 마스크를 꼭 착용하자. 미세먼지가 방해하면 선글라스를 척 쓰자. 그리고 거리를 걸으며 오랜만에 바람을 맞아 보자. 그렇게 걷다 거리에 세워진 숨은 미술품을 발견하면 손뼉을 치자. 1호 거리 미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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