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2004년 <등의 눈>으로 제5회 호러 서스펜스대상 특별상을 받으며 데뷔했습니다. 2005년도에 나온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작가 미치오의 두번째 작품으로, 제6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로 올랐죠. 우리나라에는 <샤도우>가 노블마인에서 출판된 적 있고, 이외 <래트 맨> 이라거나 <까마귀의 엄지> 같은 작품들이 계약되어 있다는 얘기를 언뜻 들은 것도 같습니다(언제 나올지는...먼산).
 개인적으로 무지 좋아하고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작가인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내가 이 작가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재작년인가 쯤 원서를 구해서 읽고 한동안 충격과 공포! 모드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이야 진짜로 여러 가지 의미에서 타격이 컸어요.
 으음. 내용을 좀 소개한다고 해도 제가 이야기를 직접 읽으면서 느낀 감정 같은 걸 전달하기에는 엄청나게 무리가 있을 것 같네요. 딱 한마디로만 하라면, <진혼> 의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상처받은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이야기>. 그 작동을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아마도 책을 읽으신 분들도 "응? 어디가 위로? 그냥 끝까지 막장인데" 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 듯하지만, 으음-_-;;;;;
 제가 읽기에는 그랬습니다. 취존중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치오"라는 이름의 조숙한 초등학생입니다. 얘는 근데 가정 환경이 뭔가 불우하달까, 일그러져 있어요. 아버지는 외면하고 어머니는 대놓고 기분나쁘다, 넌 나쁜 애다, 하고 매도합니다. 이 집구석에서 어린 미치오가 마음을 터놓는 상대는 더 어리고 더 조숙한 여동생 미카 뿐입니다.
 방학식 날 아침, 미치오는 창 밖에서 날아가는 "유령"을 목격합니다. 그것은 동급생 S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치오는 그날따라 학교에 나오지 않은 S에게 유인물을 전달해 주기 위해 집으로 찾아가고, 거기서 목을 맨 채 죽은 S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혼비백산한 미치오는 담임선생 이와무라에게 일을 밝히고, 이와무라는 경찰들과 함게 S의 집을 찾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S의 시체는 없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홀연히 사라져 버린 거죠. 시체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리고 일주일 후. 미치오는 아버지로부터 "영혼은 일주일 마다 새로 태어날 기회를 갖는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이야기에 미치오는 묘한 불안감에 휩싸이는데, 아버지는 갑자기 뭔가를 "본" 것처럼 어두운 복도를 응시합니다. 미치오가 복도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화장실 문 밖에서 있을 리 없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낀다거나, 열린 방문 틈으로 목이 길게 늘어난 채 입을 뻐끔 벌린 S의 죽은 얼굴과 마주치는 등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아니나다를까 S는 미치오의 방에서 "환생"을 해 버립니다!
 그것도 기분나쁜 "거미"로.
 거미가 된 S는 미치오에게 자신의 사라진 시체를 찾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미치오와 S, 미카까지 가세하여 세 사람(?)은 어린애들에겐 너무 위험한 일대 모험이 시작됩니다! 야 신난다!

 ...라고 썼지만 이것은 이 이야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상당히 복잡한 기법에 복잡한 플롯이 구사되는 작품인지라 간단하게 이렇다 저렇다 하기 좀 곤란한 작품이에요.
 읽을 때 복잡해서 머리아픈 일은 없어요. 술술 읽힙니다. 읽은 후에 곰곰 생각하면 비로소 머리가 아파지는 타입이랄까;
 뭐 매니악하게 조목조목 따져 봐야 재미없고; 이하 간단한 감상 포인트를 짚어볼까 합니다'ㅂ')/


 1. <혼돈>과 <불안>의 매력

 미치오 슈스케의 성은 추리작가 츠즈키 미치오로부터 따왔다고 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츠즈키 미치오의 책을 거론하며 말한 이야기가 있는데,

츠즈키씨의 소설을 읽었을 때, "혼돈"을 떠올렸습니다. "혼돈"은 중국의 괴물입니다. 천지개벽 시절부터 있었다는데, 눈, 코, 입, 귀의 일곱 구멍이 없고, 그 장소를 빙글빙글 돌 뿐이었다고 하네요. 그 괴물에게 하느님이 눈코를 붙여 주자, 혼돈은 혼돈이 아니게 되어 버려서 죽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 신화가 계속 인상에 남아서, 츠즈키씨의 소설을 읽었을 때 "혼돈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말을 명확히 쓰지 않는다, 그래도 결말을 붙여 버리면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버린다, 라는 점을 한 번 읽고 알았어요. 나도 언젠가 "혼돈"적인 것을 쓰는 것이 꿈입니다. 지금의 독자란 그런 것을 일체 받아들이지 않고, 결말을 확실히 붙여서 산뜻하게 해주는 걸 바라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언젠가 "혼돈"적인 것을 부딪혀 보고 싶군요.

 뭐, 내가 읽기로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도 충분히 "혼돈"의 맛이 있어요. 랄까 초반부의 인상은 혼돈에 카오스 그 자체였습니다. 중반부로 진입하면서 적응됐지만, 처음에는 현기증, 불안, 소름끼침, 이런 감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건 저 '혼돈'이 야기한 감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실 때 되도록이면 어떤 장르라거나, 특정 스타일 같은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로 시작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만약 뭔가 하나만 크게 기대한 채로 읽으면 이게 뭐야, 내가 아는 XXX는 이렇지 않아, 라고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혼돈과 불안의 매력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작가 자신이 말하길 뭔가 문학청년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자체를 작가생활 시작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접했다고 합니다. 평소에 소설보다 논픽션, 도감 따위를 읽으면서 단련해 온 타입입니다. 작품을 읽어도 특정 장르로서의 가젯트보다는 디테일한 정보나 심리묘사의 해상도가 높습니다. 명탐정이나 밀실 같은 것은 등장하지 않지요.
 그래도 결국은 인간의 '마음' 이라거나 '환경' 이 미스터리의 장치로서 훌륭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예의 혼돈만이 있었다면 그냥 환상소설이나 기담 종류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해바라기>는 거기에 반듯한 눈코입을 부여하여 결말에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어내죠. 그 멋진 솜씨 또한 작품의 백미입니다.
 

 2. 복잡한 플롯의 아름다움

 좀 난폭하지만 나는 미스터리 작품군을 크게 <트릭>중심파와 <플롯>중심 파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교고쿠 나츠히코(요즘 이 블로그에서 참 많이도 언급되는듯; 애정입니다 존중해주시죠)는 플롯 중심파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치오 슈스케는 작가 생활을 시작할 무렵 큰 감동을 받은 미스터리 작품으로 교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을 듭니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다른 뭔가의 인과일까 모르겠지만, 해외의 독자들은 그의 작품에서 교고쿠의 그늘을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평론에서 직접 연관지은 경우도 봤고요. 이 감상글 자체가 츠루바 노부히로란 사람의 논고 <플롯 스타일 ㅡ 미치오 슈스케 론> 에서 많이 파크리...아니 참고를 얻었습니다.
 츠루바 씨는 미스터리 소설에서의 플롯이라는 것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즉 <독자를 속이기 위해 최적화된 디자인>입니다. <미스터리적 목적 = 독자를 속인다> 라고 하자면, 이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방법론은 <디자인적 발상 = 플롯을 조작한다> 가 된다는 요지입니다.
 <해바라기> 에선 독립가능한 플롯을 두 개에서 세 개 정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주인공 소년 미치오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다이조라는 노인의 이야기. 그리고 S군과 이와무라 선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의 이야기입니다. 이것들이 서로 교차하며 진행되다가 하나로 종합되고, 곧 뒤집히면서 섬세한 전체상이 드러나는 것이 독서의 쾌감입니다.
 이런 식의 복잡한 플롯에는 한 가지 난점이 있는데, 디자인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정작 이야기가 붕 떠버릴 위험성입니다. 포장은 거창한데 내용물은 허전한, 도대체 왜 저런 요란뻑적한 포장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물건이 되어버릴 가능성이죠.
 작품을 끝까지 읽은 독자가 "뭐냐 이거 그냥 추리를 위한 추리고 속이기 위한 속임수잖아. 감동도 뭣도 없어" 라고 해버린다면 아무리 구구절절 화려한 기교에 장치가 동원되었다 해도 그 작품은 실패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해바라기>는 꽤 절묘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정도의 방법이 쓰이는 듯한데, 하나는 소설 내부 차원에서 구사되는 "이야기의 목적화"라는 것. 포장을 뒤집으면 곧 맛있는 내용물이 되는 방식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읽고 판단해 주시고(...)
 둘째는 바로...


 3. <진혼> 으로의 승화

 이 작품은 소설 밖의 독자와 교감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됩니다. <속고 속이기>를 이룬 후에도 "감동"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미스터리는 이야기로, 이야기는 "진혼"으로 승화됩니다.
 한 외로운 어린아이의 영혼, 죄 짓고 괴로워하는 인간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 <이야기>는 있습니다. 
 너무나도 애절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마지막 장면을 대하는 독자라면 무언가 와닿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미스터리의 복잡함과 이야기의 재미,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의미>를 담은 수작입니다!
 미치오 슈스케는 앞으로 큰사람이 될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멍청한 독자에 대한 본격빠의 처절한 몸부림. 야임마 동게이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드락 Deadlock - DEAD 시리즈 1, B愛 Novel
아이다 사키 지음, 다카시마 유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LA 마약수사과 경찰 유우토 레닉스(표지의 흑발)는 동료 살해의 누명으로 실형을 선고받는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유우토에게 구제의 실마리를 제안한 것은 수수께끼의 테러리스트 '코르부스'를 쫓는 FBI 요원. 유우토는 자신의 자유를 걸고 최악의 범죄자들만 수용되는 민영화교도소 '셀거 교도소'에 송치되어 죄수들 틈에 섞여 있을 코르부스를 찾게 된다.
 전형적으로도 보이는 '교도소 잠입수사'의 틀을 가진 작품이다. BL이라는 장르 특성 상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개성적이고 인간미 있는 <긍정적>인 캐릭터들의 매력과 더불어 교도소 내 인종간 파벌 다툼, 미국 교도소 민영화 사업 이면의 사회적 병폐, 테러리즘에 얽힌 음모 등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크라임 스릴러물에서 나올 법한 요소가 총 출동하는, 기대 이상으로 호화로운 독서체험을 약속하는 미덕이 있다.
 타카시마 유 씨의 표지 그림 (내 어법으로 '품위 있게 육덕진' 그림체다) 에 끌려 중고책을 산 것으로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사실 첫인상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놀랍게도 나는 BL스런 코드들에 상당히 거부감을 가진 편이다. 믿기지 않으실 테지만 믿으시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특히 BL적 로맨스 클리셰들에 치명적일 정도로 약해서 코노하라 나리세 이외의 호모소설은 잘 읽히지 않는다(읽더라도 로맨스는 던지고 표류뇨적인 것에 관심을 둔다). 코노하라 나리세 같은 작가는 분위기에 묘한 사실미가 있어서 애정 장면의 거북함이 상당부분 상쇄되는 면이 있다.
 한편 이 작품은 처음 훑어봤을 때는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들고 전신에 소름이 돋는 등의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공주님 취급받는 <기품있는 미모의> 수라거나(근데 이 자식 29살 아저씨잖아), 베드신에서 작렬하는 부끄러운 대사 등등, 도대체 내가 이걸 살아서 읽을 수나 있을까 하고 걱정했던 게 진심이었다.
 그러나 정독하고부터는 인상이 일변했는데, 앞서 말한 크라임 스릴러적인 전개가 일단 아주 좋았다. BL 로맨스적인 부분도 빨려들어 읽다 보니 자연히 적응이 돼서 곧 한시름 놓았다. 정신줄도 놓았다.
 경찰관 출신의 유우토, 그와 방을 같이 쓰게 된 무뚝뚝한 비밀주의 남자 딕 반포드(표지의 금발)가 로맨스의 주인공들이다. 나 자신은 제 입으로 게이가 아니라고 어필하지만 주변 남자란 남자는 다 후리는 데다 마지막에는 자발로 고기돌려지는 마성의 게이 마게이나님은 절대 세메라고 근엄하게 말씀하시는 듯 육덕진 팔뚝의 소유자이며 이름부터 노골적으로 마초정력을 강조하는 내추럴 본 게이남 김좆남 라고 부르고 있다. 이 마게이와 김좆남 커플이 참 콕콕 찌르듯이 꼴려 훈훈해주신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BL 로맨스적인 것에 쿨게이스러운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서 이제껏 커플링에 열광해 본 적은 없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좆게이 커플은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절절 쩐다. 이게 그 '손발리 오그라지는 민망함'이 주는 효과인 것 같은데, 그런 요소에 거리를 두면 아예 알 수 없는 것, 적극적으로 몰입하면 지복을 주는(........) 그런 것인 듯하다.
 메인 커플 이외에 마음에 드는 인물은 네토와 네이선. 네토야 뭐 누가 봐도 형님간지 넘치는 간지남이면서 오빠 기질이 있어서 귀엽다. 반면 네이선은 서늘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아, 이런 인물 정말 취향이다.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30대 초반), 조금 신경질적인 이목구비지만 인상 자체는 온화하고, 지적이면서 속을 알 수 없는 어둠, 혹은 사악함이 있는 인물. 타카시마씨 일러스트의 네이선도 가슴속 하트 그 자체. 이 녀석 관련한 배경이야기나 스핀오프가 나와 줬으면 좋겠는데, 여러모로 무리일 듯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석 2009-07-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bl번역 소설은 사지 않지만-몇 번 샀다가 돈 아까워 죽는 줄 알았음-소피아님의 재기발랄하고 사람 꼬시는 페르몬이 줄줄 흐르는 리뷰에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소피아님 리뷰에 홀딱 반해버렸습니다.-_-b

Sophia 2009-07-25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ㅅ;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ㅠㅠ 자 고민은 이제 접어두고 사시죠(....)
 
데드히트 Deadheat - DEAD 시리즈 2, B愛 Novel
아이다 사키 지음, 다카시마 유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아주 좋습니다. 특히 표지의 수트간지 좔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01초 살인 사건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알 사람은 알겠지만, <아침 해처럼 상쾌하게>가 저와 같은 제목으로 바뀌어 출간된 것이다.
 <삼월> 팬들, 특히 리세 시리즈 팬들은 긴장 타시라능. 천사의 얼굴을 가진 쿠소가키 요한쨩이 주인공인 단편 <수정의 밤, 비취의 아침>이 들어 있습니다. 삼월 빠로선 이 단편 하나만으로도 거품 물고 폭풍지름 작렬할 가치가 있어요. 실제로 원서도 저거 하나 보려고 사들였고...으음;;

 최근 단편집 <나비>가 나왔지만, <도서실의 바다> 쪽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독자에게 반가울 작품집이다.
 <나비>가 장르적으로는 여러 가지 종류를 표방한 데 비해 미묘하게 같은 색깔 일색이었던 데 반해, 이 작품집은 그야말로 다채로운 색깔을 맛볼 수 있다. 한편 <도서실의 바다> 쪽 단편들이 갖고 있던 "장편의 예고편 같은 느낌" 이 이쪽 단편들 몇몇에서도 보이는데, <도서실> 쪽보다는 비교적 독립성이 높은 작품의 비율이 높다고 생각된다. 단 "해후에 관하여" 같은 단편은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공물>에 대한 선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수정의 밤, 비취의 밤 : 시간적으로 <보리바다> 와 <황혼백합> 사이. 리세가 학원을 떠난 후 지루해하는 요한. 어느날 이상한 소문과 함께 괴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탐정 요한과 함께 <패밀리> 멤버들의 그 후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아 그리운 히지리와 유리. 물론 약방감초 교장여사(?)도 여전히 우아하시다.
안내 : 음울한 여운이 남는 엽편.
그대와 밤과 음악과 : ABC 살인사건에 대한 오마주 작품. 꽤 쓸만한 미스터리 단편이다. 온다 리쿠 식의 본격추리 기믹이 농축되어 있어서 좋았다. 추천.
냉동 귤 : <메이즈>에 삽입된 지구멸망 괴담(?)을 독립 단편화한 작품. 마지막 한 줄이 꽤 씹는 맛이 있다.
심야의 식욕 : 온다 리쿠의 심리적 디테일 묘사가 돋보이는 호러. 바닥에 XX(스포)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소름끼쳤다. 그러고보니 왠지, '심야'의 '식욕'이라는 말 배치 자체가 기분 나쁘다. 본능적으로 다이어트를 신경쓰기 때문일지도...
변명 :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됐다. 내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이 진짜 그 그림인가?
1001초 살인 사건 : 별에게 살해당하는 이야기. 뭐랄까. 귀엽다.
그 뒷이야기 : 읽어 봐야 아는 이야기. 뭐랄까, 무슨 얘긴지 깨닫게 되는 지점이 꽤 후반에 있다.
해후에 관해 : 나 나왔다! <허무에의 공물> 관련글! 두...두근두근.... 나같은 하이엔드 씹덕후가 아닌 일반 독자에겐 알쏭달쏭하게 받아들여질 텐데, 음. 언젠가 포스팅했던 해설(?) 글을 첨부해 본다.

   1.  <허무에의 공물>에 대해 온다 여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읽었는데, 지금도 매년 한 번씩은 꼭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 (출처) > 이라는 코멘트를 한 적 있다.

   2. <머리에 푸른 장미가 얹힌, 만돌린을 든 여인> 운운하는 것은 옛날 고단샤판 문고판의 표지 그림을 말한다.


   04년에 다시 나온 <신장판>은 표지가 완전히 다르다.

   2. '편지'의 대상인 <구제불능/광대...우울한 탐정> 이란 <허무>의 등장인물 "나나무라 히사오"를 말한다. 그녀는 대단한 멋쟁이에 미인에다 샹송 가수, 게다가 미스터리 광팬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미스 홈즈> 라 불릴 정도이다. 신문기자 무레타 토시오와 약혼했다.
   한편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성격으로, 어느 네이버 블로거는 <스즈미야 하루히가 생각나는 성격> 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녀의 자신만만한 추리는 대부분 터무니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등장하는 '탐정' 중 가장 희극적이고 얼빠진 인물.

   3. <장미> 운운은 <허무에의 공물> 속에서 장미들ㅡ특히 푸른 장미ㅡ이 중요한 모티프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4. <날아오르는 흉조> 의 이미지 또한 소설의 주요 모티프이다.

외로운 성 : 오, 꽤 추천작. 온다 리쿠 식 <잔혹동화> 라고 하면 될까. 멋진 이야기다.
낙원에서 쫓겨나 : 진짜 평범한 이야기. 저 평범한 재제를 가지고 이 정도로 만들어 놓다니, 대단해.
졸업 : 취향이었다. <나비>의 단편 "주사위 놀이"와 비슷한 세계관(?). 하지만 훨씬 피가 튀고 살점이 너덜너덜(...). 한편 어디까지나 화사한 기모노 소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침 햇살처럼 상쾌하게 : 뭔가 제목에 대한 인상을 배신하는 내용 같기도... 상쾌하지 않아(...) 온다 선생 전매특허 "기억의 미스터리" 물. 독특하다면 독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