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질병이라면 난 이미 죽었을 텐데
김제인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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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잔을 마셔도 낭만을 들이키고 싶은 한 사람의 우울 연대기'

'어느 것 하나 진심이 아닌 적 없었고 내 모든 것들을 거짓없이 토해냈다' 는 에필로그의 글 처럼 작가 김제인은 <슬픔이 질병이라면 나는 이미 죽었을텐데>를 통해 자신을 휘감고 있는 슬픔, 외로움, 상실감, 그리움 등으로 이어지는 우울한 감정을 치열하게 문장으로 기록해냈다.

넘치도록 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기억. 내 앞의 당신외에는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았던 그때. 가장 뜨겁게 온 마음을 다한 만큼 어쩌면 그래서 더욱이 정리하기 어려운 기억들. 식지 않고 끓어만 오르는 그리움에 발버둥치는 이의 쓸쓸하고도 솔직한 고백의 문장들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슬픔을 보며 '그래, 당신 마음 알아. 알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건 과연 잘한 위로일까? 하고. 그 슬픔을 어떻게 감히 가벼운 말 따위로 '알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집필 도중 존재의 이유를 탐닉하다 목숨을 끊고 싶을만큼 마음이 어지럽고 정신이 괴로워서 출판이 늦어졌다는 에필로그를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곳곳에 숨 쉬고 있을 또 다른 나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작가님의 마음을 담은 책이 온전히 잘 마무리되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가님의 바람처럼 어디선가 꼭꼭 숨은채 자신의 우울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어떤 위로를 받고 있을지도 모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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