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기담 - 경성의 밤을 뒤흔든 살인 사건으로 들여다본 식민지 조선의 속살
전봉관 지음 / 더숲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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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감상입니다*



‘기담’이라는 제목을 보고 무섭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생각했다. 하지만 경성기담은...


책에는 일제강점기 경성을 중심으로 실제 신문에 보도됐던 사건들이 담겨 있다. 

사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과 인물들의 사정, 대사와 묘사까지 엮어 보여주기 때문에 

역사책보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사극을 보는 기분에 가까웠다. 


정사보다는 야사를 읽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경의선 특급열차 2만 원 도난 사건’은 결말까지 기막혔다. 

당시 월급이 30~50원 정도였는데, 고급 주택 두 채를 살 수 있는 2만 원을 훔친 범인은 7년 동안 잡히지 않았다. 

그사이 훔친 돈으로 토지를 사고팔고 공장까지 운영하며 재산을 불렸고, 

결국 잡힌 뒤에는 원금과 이자까지 갚고 풀려났다. 


돈을 잃은 쪽은 이자까지 돌려받고, 

경찰은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은 갚고도 재산이 남았다.


읽는 독자만 어이없고 모두에게 해피엔딩인 셈이다. 

지어낸 소설이었다면 결말이 너무 편한 것 아니냐고 했을 것 같다.


반대로 ‘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에서는 웃을 수 없었다. 

조선인 하녀 마리아 변흥례가 죽었지만 자백과 번복, 재판 끝에 사건에 얽힌 사람들은 무죄로 풀려났다. 

마리아는 죽었는데 그 죽음을 책임지는 사람은 남지 않았다. 

재판이 끝났다는 사실이 억울함까지 풀렸다는 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사이에 실린 당시 신문과 사진도 흥미로웠다. 

글로 읽던 사건이 실제 기사로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고, 

한자를 잘 몰라도 읽을 수 있도록 기사 내용을 한글로 풀어준 점도 좋았다.


다만 잘 읽힐수록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저자의 해석이나 재구성인지 궁금해졌다. 

사건이 끝날 때마다 관련 기사나 자료를 조금 더 모아 보여줬다면 오래된 사건철을 뒤지는 느낌이 더 강했을 것 같다.


800쪽이라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사건마다 결이 달라 지루하지 않았고, 

어떤 이야기는 황당해서 웃었고 어떤 이야기는 부조리해서 화가 났다.


실화라는 사실 때문에 더 어이없고, 더 오래 남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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