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감상입니다* 귀신을 몰래 숨겨주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수리와 그런 수리에게 종종 잡도리당하는 저승사자 신산. 어느 날 저승사자가 데려가야 할 ‘귀한 영혼’이 사라지고, 둘은 그 영혼을 찾기 위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출입 금지인 회사 8층과 수상한 민 팀장, 대체 이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까지 하나둘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수리가 늘 끼고 다니는 반지도 계속 궁금증을 남긴다. 복잡하게 추리해야 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이건 뭐지?’ 싶은 요소들을 군데군데 놓아두어 하나씩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궁금하게 만든 것들을 결말에서 흐리지 않고 깔끔하게 닫아주는 점이 좋았다. 귀신과 저승사자가 등장하지만 무섭기보다는 유쾌하고 따뜻하게 흘러간다. 처음에는 ‘도피자들’이라는 말 때문에 어딘가 위험하고 무거운 존재들을 떠올렸지만, 읽다 보면 그들도 저마다 살아온 삶과 생각 이승을 떠나지 못한 이유가 있는 이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제목의 ‘처마’는 비나 눈, 바람이나 뜨거운 햇빛을 완전히 막아주는 곳은 아니지만 잠시 몸을 피하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다. 완전히 숨어버리는 곳이 아니라, 잠깐 쉬었다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곳. 작가의 말에서 작은 그늘도 누군가가 잠시 쉬었다 더 멀리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을 읽고 나니 ‘처마 밑’이라는 공간이 더 좋아졌다. 이곳의 도피자들도 무섭거나 위협적인 존재들이 아니라, 저마다의 이유로 잠시 숨을 고르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도피자’라는 말은 무거운데, 그들이 숨은 곳은 고작 처마 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