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감상입니다*

처음 만난 《어리석은 자의 독》. 같은 날 태어난 두 여자, 요코와 기미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가 궁금했는데, 읽을수록 사건보다 인물들을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됐다.
두 사람뿐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다정한 사람이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상처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그 사람의 전부가 악한 것도 아니고, 힘들게 살아왔다고 그 선택까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를 나누기보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를 더 많이 생각했다. 처음 받은 인상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흔들리는 것도 이 책의 재미였다.
“가슴속에 독을 품으십시오. 어중간한 현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야말로 그 독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리석은 자의 독입니다.” p.135
책에서는 독과 약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독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 있다. 독을 품는다는 말은 이해가 된다. 한을 품듯, 독기를 품듯.
그런데 왜 하필 ‘어리석은 자’일까. 그리고 그 독을 ‘유용하게 쓴다’는 건 누구에게 유용하다는 뜻일까.
끝까지 읽고도 답 하나만 떠오르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품고 있는 독도 달랐고, 같은 독도 누구에게는 살아갈 힘이나 약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표지의 화사한 핑크색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예쁜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다시 보니 두 여자와 저택, 소나무, 까마귀까지 처음에는 지나쳤던 것들이 하나씩 다시 눈에 들어왔다. 내용과 표지가 전혀 따로 노는 게 아니라는 느낌도 재미있었다.
화사한 겉모습 아래, 저마다의 독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문제는 그 독을 어떻게 쓰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