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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이희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6월
평점 :
낙하_이희영
처음에는 표지를 보며 제목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낙하'가 아니라 '낙화'라고.
사랑이야기에, 표지도 꽃처럼 보여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떨어지는 꽃으로 표현하는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뒤 다시 표지를 바라보니, 꽃이 아니었다.
그리고 제목도 더 이상 낙화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정말 '낙하'였다.
읽는 내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설마?" "진짜?" "아니 왜?"였다.
의심하고, 혼자 추측하고, 부정했다 다시 의심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왜 저렇게 행동해? 왜 말은 안 하는데? 도대체 뭘 숨기는건데?
소설은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 그렇구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결말을 읽자마자, 나는 다시 첫장을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던 문장들이 결말을 알고 나니 전혀 다르게 읽혔다.
비가역적인 인식.
"이거 알게 된 사람은 두 번 다시 넥타이로 안 보여. 처음으로 못 돌아간다는 거지." P.91
한 번 진실을 알고 나면 처음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작품 속 말처럼, 독자인 나 역시 처음의 시선으로는 이 소설을 다시 읽을 수 없었다.
'망한 사랑'
분명 맞는 말이다. 진짜 망한 사랑이다.
하지만 나는 망한 사랑 속에서 보이는 비겁함이 머리 속에 남았다.
진은 진실에 묻기보다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평화를 지키고 싶었을 수도 있고, 너무 두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 또한 하나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진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 주인공은 현이다.
현은 자신의 감정을 거의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현이 궁금하다.
책을 읽는 독자는 결국 진이 바라본 현만 알 뿐이니까. 결국 현의 진짜 마음과 생각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현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인지,
정에게 품은 마음은 정말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지만, 정확하게 현의 언어로 알고 싶다.
현이 얼마나 혼자 견디고 살아갔는지도.
현이 웃는 장면은 아주 귀했다.
독자인 나에게도 아주 귀한 현의 미소,
그리고 그 미소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역할을 바라고 있을까?
나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이름 속에 우리는 쉽게 역할을 받아들인다.
착한 딸.
든든한 아들.
좋은 누나.
좋은 형.
하지만 그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는 참고, 누군가는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린다.
"인간은 가장 가까운 존재의 희생을 가장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든." P.307
읽는 순간 떠오르는 건 가족이었다.
그래 나 역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배려와 희생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온 건 아닐까.
나는 아직도 '낙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단순한 추락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후회 속으로 떨어지는 마음,
사랑, 가족, 현실 사이에 무너진 사람들을 의미하는 건지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처음에는 꽃처럼 보였던 표지가, 마지막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는 것.
그리고 한 번 그렇게 보이기 시작한 이상, 다시는 처음처럼 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이 소설은 결말에서 끝나는 소설이 아니라 다시 첫 장을 펼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