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다면
고사카 루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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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면, 사랑도 시작할 수 있다. 

살아 있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행을 계속 할 수 있다." P.349

처음엔 작가의 유작이라는 점과 로맨스 소설이라 생각해서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사랑보단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고 가족보단 사람과 사람이 이어진다는 연결이 눈에 들어온다.

편지.

육각볼트.

봉화연기.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읽으면서도 무엇을 상징하는 건지 계속 궁금했다.

 다 읽고 나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이름.

하루카는 봄꽃.

아키하는 가을 잎.

나쓰메는 여름 새싹.

후유쓰키는 겨울 달.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이름을 강조할까.

처음에는 하루카가 이름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심지어 조금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

"봄과 겨울을 잇는 건 여름과 가을." P.80

이 말도 읽는 동안에는 계속 물음표였다.

계절이 이어지는 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니까.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다시 생각해 보면

봄은 겨울을 사랑했지만, 겨울은 봄을 외면했다.

여름은 가을을 놓지 못하지만, 가을은 여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봄과 겨울을 이어주기 위해 여름과 가을이 필요한 것처럼,

여름과 가을을 이어주기 위해 봄과 겨울이 필요하다.

사계절을 완성하기 위해 하나만 있어선 안 되니까.

결국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하나의 사계절이 되었다.

나는 이 부분이 이 소설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가님은 이름에 굳이 계절을 담았던 게 아닐까.

하루카를 통해 끊임없이 계절을 이야기했던 것이 아닐까.

-

아키하를 보면서는 답답한 순간들이 있었다.

무엇 때문에 어린 시절과 아버지에게 묶여 있을까.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걸까

그런데 친아버지와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조금 이해가 됐다.

육각볼트를 버리지 못한 것도,

우주를 좋아하게 된 것도,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그래서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의 볼트가 우주와 너를 이어줬구나." P.212

단순히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생각했던 육각볼트.

볼트는 과거를 붙잡는 물건에서 아키하를 앞으로 나아가게 힘을 주는 물건이었다.

"하루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은하수가 흐르는 포스터였다. 어둠보다 빛이 더 많은 그 집합체는 별이라기보다 봉화 연기처럼 보였다." P.13

작가님의 문장은 묘사도 표현도 참 예쁘게 하는구나 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봉화연기라는 단어가 다르게 보였다.

봉화연기는 위급 상황을 멀리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신호다.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올리는 신호.

생각해 보니 지카게가 봉화연기였다.

편지를 들고 아키하를 찾아가고,

하루카가 전달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 전해 준 것도.

봉화연기처럼 지카게가 하루카와 아키하를 이어주는 존재였다.

읽으면서 계속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는 '결핍'.

아키하는 아버지를 잃었고,

후유쓰키는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했고,

하루카는 사랑받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본 적은 없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보다,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 조금씩 변해 가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살아 있다면, 사랑도 시작할 수 있다. 

 살아 있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행을 계속 할 수 있다." P.349

"변함없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끝없이 순환하는 풍경 속에서." P.350

나는 이 이야기가 결핍을 이겨내는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

살아 있다는 건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여행을 계속하는 것.

나는 지금, 어떤 여행을 하고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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