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소녀 ㅣ 사이드미러 3
소향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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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토록 남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는 걸까,

왜 남을 흉내 내지 못해 안달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씁쓸하게 웃었다. 우스웠다.

종일 초롬을 모방하려 애쓰는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P,65

묘한 문장이 였다.

​

초롬을 모방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영리인데, 정작 영리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영리가 눈에 들어왔다.

영리가 원하는 것은 초롬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

누군가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다른 삶을 동경하고,

누군가는 인정받기 위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치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타인으로 살아간다.

​

영리는 초롬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영리로 살아가기 위해 초롬이 되어야 했으니까.

"초롬이를 서울대에 보내야만 해. 그건 묻거나 따질 필요도 없는 기본값 같은 거야."

P.50

송 회장은 가난하고 비참했던 과거를 벗어나 자신이 원하던 삶을 손에 넣었다.

가장 원했던 삶을 가지게 되었지만 끝내 과거의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공했지만 끝내 과거의 삶을 떨쳐내지 못하는 사람.

​

그래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자신의 딸 초롬만큼은 완벽하게 그 세계에 속하길 바란다. 자신이 꿈꾸던 완벽한 삶을 딸을 통해 완성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

분명 초롬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 안에는 자신의 욕망도 함께 담겨져 있는 것 같다.

​

그래서 가장 안타까웠던 인물은 초롬이다.

승마를 할 때만큼은 자신의 자리가 있었고, 자기 자신으로서 사랑받을 수 있었지만, 부상 이후에는 자신으로서의 삶을 잃어버린 혼란 속에 갇힌 것처럼 느껴졌다.

"혼자 남은 초롬은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P.53

초롬의 공황 장면은 지금 초롬의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초롬은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아니다.

다만 본인이 원하는 '초롬'으로 살아가기보다 누군가가 원하는 '초롬'으로 살아가야 해서 버거웠던 것은 아닐까?

​

그래서 이 외침이 초롬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왜 이래! 내 인생인데 왜 다들 나를 조정하려고 하냐고!"

P.243

그 순간 초롬은 누군가의 딸이 아니라, 자신가 원하는 자신을 되찾고 싶어 하는 한 사람으로 보였다.

​

반면 영리는 달랐다.

"아빠는 우리 집 좋아했어요. 산이 가까워 등산하기 좋고, 주민 전용 텃밭도 있다고요. 꼭 함께 돌아갈 거예요. 아빠랑." ​

p.59

영리에게 아버지는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

가장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 그것을 되찾으려 한다.

​

그래서 영리는 초롬을 연기하고 있지만, 자신이 나영리라는 사실만큼은 잃지 않았다.

타인의 삶을 살아가지만, 끝까지 자신을 붙들고 있었던 영리.

​

작가의 말 중 이런 문장이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나영리도,

송초롬도,

송회장도.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

누군가는 인정받고 싶었고,

누군가는 사랑받고 싶었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되찾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마음들이 커지면서 결국 지금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

[모방소녀]를 읽으며 머릿속에 남는 건 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영리는 타인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끝까지 나영리로 남으려 했다.

​

나라면, 끝까지 나 자신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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