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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엄마가 오빠, 나 모두 읽으라고 계속 권하시던 책.
영화를 먼저 봤다. 충격적이었다. 몸의 어느 부분에 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을, 그 장애인들을 가르치고 보살펴 줘야하는 선생과 생활지도교사가 아이를 성추행하고 폭행하고….
재판하는 과정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억울하고 분통했다.
말 못하는 게 무슨 죄야, 듣지 못한다는 게 무슨 죄야!!!
너무 짜증이 나고 슬펐다. 우리나라 사회가 이렇게나 권력 때문에 사실을 은폐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소흘하다는 것을 알게됬다.
그리고 몇 달 뒤, 원작인 책을 봤다.
책은 나에게 더욱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더 자세하게, 세밀하게.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이 인터뷰를 하는 부분에서 나는 울었다.
마치 그 아픔이 나에게 전달되는 것처럼, 나의 일인 것처럼, 내가 그 인터뷰를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이 이야기 속 피해자중 한명은 지적장애아인데다가, 청각장애를 더불어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교장선생님, 행정실장, 선생님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오고 있었다.
그녀의 처녀막 손상은 심했고, 그 세 사람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강인호’는 기간제 교사로 이 학교에 부임했다.
그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교발전기금’이라고 칭하는 5천만 원을 학교에 내었다.
그는 이렇게 학교의 윗사람들에게는 꼼짝 못하는 교사가 되었지만, 성폭행을 당한 자신의 제자들을 위해, 또 다른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직장을 대항해 싸웠다.
하지만 피해학생들을 위해 싸우던 그가, 끝내 배신 아닌 배신을 하게 된다.
그 아이들을 위해 싸우면 자신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도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위해 싸운 서유진이 장경사에게 한말인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왠지 모를 눈물이 솟구쳤다.
지금도 이렇게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물론, 국가의 지원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마는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는 말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고, 못 듣는 사람이라고 막 대하면 안 되고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된다.
이 소설의 실제 배경인 광주인화학교는 약50년전에 성폭행을 받은 학생을 암매장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정말 악질이다. 정말 더럽고, 사람이 왜 그렇게, 소외된 사람들을 더욱 보살펴야할 정상인들이 왜 그렇게까지 소외된 사람들을 괴롭게 했는지….
작가 공지영씨는 실제 벌어진 광주인화학교 사건은 영화나 책보다 훨씬 잔인하다고 전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안타깝고 슬퍼진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은 없었으면 좋겠고,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