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살았을 때 집의 (언니와 내가 쓰던) 안방.

하얀 벽에 큰 풍뎅이 같고 굵고 실한 벌레가 붙어 있었다.

라디오인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라디언은 여병추야... 그놈들은 말이야 어쩌구 저쩌구..."

???

그리고 가만히 있던 벌레가 나를 향해 돌진했다.

나는 욕실 바가지(지금도 집에서 쓰고 있는 하얀 거;)를 휘둘렀다.

그 벌레는 바가지에 정통으로 맞아도 끄떡없이 계속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요새 우리 사회에 창궐하는... 일베충이었던 것이다!! -_-;

전엔 뉴라이트라는 점잖은 이름으로도 불리웠으나 이제는 벌레가 된 그들...

 

나에겐 믿음이 있었다.

지금 기성세대의 부조리한 가치관에 의해 우리나라가 지역감정으로 분열되어 있어도

세대가 바뀌면서 그런 것들은 사라질 거라고... 지역감정은 단지 구세대의 유물이라고.

정말 막연한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과 막연한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헤겔의 자기실현으로서의 역사를 믿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꿈은 일베의 등장으로 산산히 부숴졌다.

 

알고보니... 어린 것들이 더하더라고! ㅠㅠ

 

학교 다닐 때 아무렇지 않게 컨닝하는... 그러면서 안하는 게 병신이라고 하는 학생들은 보며

이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통일의 대한 염원도 없고... 민주화라는 단어도 왜곡해서 쓰는 젊은 세대가 걱정스럽다.

어제는 요즘 특히 시끌시끌한 인터넷 기사들을 읽고 이육사 이야기를 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런 꿈까지 꾸게 되었나 보다.

 

마지막으로 벌레가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실로 오랜만에 꾼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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