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우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경제학에 관한 진실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강주헌 옮김, 우석훈 해제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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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제목은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인데 원제목은 <How economics corrupted us>이다. 솔직히 읽으면서 경제학이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제목을 읽어보니 원제목이 좀 달랐다. corrupt는 ‘부패하게 만들다’ 또는 ‘타락시키다’라는 동사로서의 의미가 있는데,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권력이란 부패하기 마련이니, 의역을 했다면 그럴 수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전체를 관통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저자는 현대경제학에서 중요한 흐름들을 책에서 다루는데, 솔직히 경제학에 문외한 사람이면 읽기가 힘들다. 원래 모든 비문학 서적은 이론->사례->적용의 순서로 적혀있는데 이 책은 그런 방식으로 적혀있지는 않아서, 초심자나 비전공자가 편하게 읽을 만한 서적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저만의 담론을 제시하고 싶은 책인지, 아니면 평범한 일반인에게 현대경제학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싶은 책인지 마지막챕터까지 감을 잡지 못했다. 옮긴이의 글을 보면 이런 멘트가 나온다.

 

 

어떤 경제학이 좋은 경제학일까? 저자는 장하준의 표현을 빌려, 평균적 지식을 지닌 독자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 이론을 쉽게 표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상적인 통계적 수치를 들먹이며 경제현상을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주류경제학을 비판하는 부분이나, 소득세 증세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부분에 동의하느냐 동의하지 않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저자의 논리적 전개는 무척 설득력 있어, 사회 현상을 보는 당신의 시야를 넓혀주기에 충분하다. (443P)

 

 

옮긴이의 말처럼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냐 안하냐는 하나의 주장이니 그냥 넘어가고 싶다. 마지막챕터에서 저자가 앞으로 경제학이 나아갈 길을 설명하는데 이 부분은 좀 공감이 간다. 저자는 게임이론/무임승차/인센티브/행동경제학/법경제학/불평등/블랙스완 등의 다양한 쟁점들을 다루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가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읽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만의 특정한 담론을 제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저자의 주장은 마지막챕터에서만 정확히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파트들을 400p밖에 되지 않는 분량으로 다뤄서 경제학전공자라면 내용의 깊이가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러모로 읽으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이론/블랙스완이론/행동경제학 등의 여러 파트를 맛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적합할지도 모르나, 각 파트별로 그 이론의 정수를 맛볼 수 있게 설명하지는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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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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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가계부채의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큰 위험은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우리는 내 집 없이는 살 수 없다. 사실, 의식주와 관련된 것은 기호와 상관없이 필수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집 없이 살 수 있을까? 내 집 마련이라는 구호는 항상 우리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느 나라에 살더라도 내 집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만 특별하게 전세라는 제도가 있지만, 사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라고 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의 사례를 근거해서 보여주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에 어떻게 해서, 사람들은 집을 사게 되었으며, 빚으로 지은 집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서 보여준다. 2008년 이전에 은행에서는 집을 사라면서, 대출을 독려했다. 그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을 집을 사게 되어서 집값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이더라도,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하게 되었고, 많은 이들은 집값이 오를 것 이라는 전망을 믿고 집을 구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빚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입하게 됐고, 경제적인 타격은 심각했다.

 

만약 10만 달러의 집을 10만 달러를 대출받아서 구입하면, 홈 에쿼티는 0이다. 홈 에쿼티는 소유하고 있는 주택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 금액이다. 10만 달러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집을 10만 달러를 대출받아서, 집을 구매했다. 향후에 집을 구매하려는 많은 수요자들이 생겨서 집값은 12만 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면 실제로 나의 재산이 2만 달러가 증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집은 계속 자신이 소비하고 있으므로, 재산이 오른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집은 사실 대출받지 않는 이상 구매할 수 없는 재산이다. 막대한 금액을 일시불로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도 있겠지만, 당장 하루살기 급급한 사람이 태반이다. 그렇기에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계부채의 위험은 집값이 떨어지고 나서 더욱 커졌다. 미국에서 2008년 전에 집을 구매한 사람은 집값이 계속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믿고 집을 구매했다. 하지만, 집값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집을 사서 빚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자, 많은 사람들을 집을 팔았기 때문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점점 많아지면, 집값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홈 에쿼티는 0이 아닌 마이너스 상태로 변했고, 많은 사람들은 깡통주택을 안고 살게 되었다. 깡통주택이란, 집의 가치보다 빚이 많은 집을 말한다. 이런 깡통주택을 팔아버리면, 그 집에 사는 거주자들은 집을 포기하고 거리에 나가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게 된다. 그렇게 살게 되는 사람들은,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줄이게 된다. 소비를 줄이게 되면, 경제의 전반적인 영향이 미치게 되는데, 경제침체로 이어지게 되고, 계속되는 악순환에 휩쓸려서, 집값은 더 떨어지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은행을 살릴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은행을 살리면, 경제침체를 막을 수 있지만, 경제를 살릴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다시 회생할 수 있다. 부채탕감만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은 항시 우리의 목을 죄어온다. 하지만, 빚 없이 집을 살 수 있을까? 집이란, 나의 안식처, 가족과 함께 하는 곳, 편한 곳이 되어야 하지, 투기로 인해 돈을 벌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빚 없이는 집을 살 수 없고, 빚이 있으면 또 살기 힘들다. 하지만 빚지고 사는 게, 현실이 아닌가 싶다.

 

<서평단으로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리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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