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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천국 주식회사, 운명이란?
우리는 흔히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정말로, 운명이란 있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숙맥인 두 남녀를 이어주기 위한 천사들의 대작전이 펼쳐지는데, 천사들의 노고가 만만치 않다. 이 책에서는, 하느님이 천국 주식회사의 CEO로 나오고, 그 산하에 많은 부서들에 천사들이 배치되어 있다. 하느님은 매일 사람들의 기도를 듣다가, 노하게 되고, 더 이상 인간들을 돌봐주기 싫어지게 된다.
변덕쟁이 하느님은, 세상이 멸망하기 전까지 30일이라는 시간을 주고,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하느님이 주는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한다. 미션들이 하나같이 다 어이가 없었으나, 두 남녀의 기도에 눈길이 가서 두 남녀의 기도를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두 남녀의 기도는 서로를 사랑에 빠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두 천사는 쉽게 미션을 완수하겠다고 생각하고, 둘을 사랑에 빠지도록 결심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여정이 계속되는데, 둘 다 완전 소심한 성격이고, 대외활동을 안하며, 집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방콕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둘이 서로 호감이 있더라도, 만나게 되면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며, 서로 다가가려는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이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두 천사는 지치게 되고, 억지로 인연이 닿도록 노력을 하여도, 단순히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한다.
인류 멸망하는 당일 두 천사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일라이자는 두 남녀 중에 여자(로라)의 꿈속으로 들어가며, 먼저 다가가라고 하면서 계시를 준다. 하지만, 이 기회조차 로라는 놓치게 되고, 천사들은 절망에 빠진다. 인류를 구원하려고 했던 천사들은 자포자기 했지만, 남녀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는다. 우리는 인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한 순간이라도 어긋났다면, 평생을 모르고 지나칠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기계론적 세계관에 맞추어져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여기고 살아가야 하는가? 삶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사는 것이 재미가 없을까? 사실 나는 신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다.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의 여정 속에서 우연이라는 요소와 운명이라는 요소는 한끝차이이다. 결과가 좋으면 인연이고, 결과가 나쁘면 우연일까? 결국 우연이 인연이 되는 것이며, 개인이 하기에 따라서 인연이 될 수도, 우연일 수도, 악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히, 내가 노력하지 않고 저 사람과는 어차피 이럴 운명이었다고 단정 짓기에는 너무나 이른 것이 아니었을까?
삶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지나쳐갈 지 모르겠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주변에서 관계를 이어주려고 노력하여도, 본인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짓이다. 천국주식회사에서 보았듯이, 천사의 능력발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인연은 결국 스스로 만들어갔다. 나는 인연이라는 것은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그리고 인연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사람들이 인연을 악연이라고 단정 짓는다는 것을, 결과가 좋으면 운명이라고 여긴다는 것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