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내, <사춘기 소녀의 일기장>

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가시내, <사춘기 소녀의 일기장>

가시내는, 말 그대로 소녀의 일기장이다. 솔랑주라는 주인공이 성장해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놓은 글을 읽는 느낌이 강하다. 1부에서는 솔랑주가 월경을 시작하고, 그에 따른 당혹감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는 소녀의 마음이 표현된다. 사실 나는 남자이므로,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여성의 신체에 대해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없으니 모르겠고, 소녀의 마음을 내가 어찌 이해하겠는가. 그래도, 최대한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며 읽었다. 사실, 소설이라고 보아야 할지, 조금 무리가 있다. 작가가 과거 자신의 일기장을 다시 들추어 보며 썼다고 하니, 자전적인 소설인 것 같다.

2부에서는 신체적으로 조금 더 성장한 몇 년 후에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민망하다고 생각했다. 신체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반복 되서 많이 나온다.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말이 많이 나오고, 성적인 관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사춘기 소녀의 시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보니, 성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그래도, 조금 민망한 것은 사실이다. 그 나이에 성에 대한 환상을 안 가져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에 맞게 작가는, 소설이 전개되는 도중에 곳곳에 성과 관련된 신체기관에 대한 백과사전식 풀이를 보여준다.

솔랑주가 가지는 환상은 관계없이는 사랑이 없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의 친구들도 그 나이 또래에 관계를 맺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정확하지 않은 성에 관한 지식을 서로가 떠벌리면서 자랑을 한다. 3부에서는 솔랑주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르노라는 남자애를 어떻게 해볼까라는 마음이 노골적으로 들어난다. 여자애들도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으면 어떻게 꼬셔볼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웃기다. 읽는 내내 여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분들은 이 책을 읽고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많이 든다.

남성에 대한 환상과, 관계에 대해 어떤 것인지를 소녀의 시각으로 잘 표현해 냈고, 어떻게 보면 적나라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 또래 소녀끼리는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이 든다. 남자들끼리도 어렸을 때, 잘못된 성지식을 공유하곤 했던 것 같은데, 여자애들도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래도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소설은 소설이니까, 이 소설을 전부 믿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 작가가 쓴 소설은 아니고 프랑스 작가님이 쓴 소설이니, 문화적으로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사춘기 소녀의 성에 대한 환상과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잘 표현한 소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