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레이의 마지막은 끔찍하다. 주름투성이에 쇠약하고 추악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된다. 결국 사람은 죗값을 치르게 되기
마련이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p40
“그렇지만
누군가 자신의 삶을 충실하고 완벽하게 살아간다면, 모든 감정에 형식을, 모든 생각에 표현을, 모든 꿈에 실체를 부여한다면ㆍㆍㆍㆍㆍㆍ
세상은 즐거움이라는 대단히 신선한 충동을 회복하며, 우리는 중세적 관습으로 빚어진 온갖 병폐를 잊고 고대 그리스의 이상으로, 아니 어쩌면 고대
그리스의 이상보다 더욱 섬세하고 풍요로운 무언가로 회귀하게 되리라 믿네. 하지만 우리들 가운데 가장 용감한 사람조차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지.
그러는
동안 불구가 된 야만성은 우리의 삶을 망치는 자기부정 속에서 비참하게 목숨을 연명해왔다네. 그 바람에 우리는 자신이 행한 온갖 자기부정으로 인해
벌을 받고 있어. 그토록 애써서 억압해온 그 모든 충동들이 우리의 정신 속에 알을 품고 부화해 우리를 독살시키고 있는거지. 육체는 단 한 번
죄를 지음으로써 그 죄와 관계를 끊는다네.
행동이
정화의 한 형태가 되어주거든.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은 쾌락에 대한 기억 아니면 사치스러운 회한뿐이지. 유혹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유혹에
굴복하는 것뿐. 유혹에 저항하라. 그리하면 우리의 영혼은 스스로 금지한 것들을 향한 갈망으로, 괴물 같은 법들이 극악무도하고 비합법적으로
만들어놓은 것들을 향한 욕망으로 차츰 병들어갈 테니.
세상의
위대한 사건들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고들 하지. 하지만 세상의 엄청난 죄악들이 일어나는 곳 역시 인간의 머릿속, 오직 인간의 머릿속이라네.
그레이 군, 붉은 장미와도 같은 젊음과 흰 장미처럼 순결한 소년 시절을 보내는 자네 역시 스스로를 두렵게 만드는 열정을 가져봤을 테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 뺨을 얼룩지게 할 공포와 백일몽과 한밤의 꿈에 온통 정신을 빼앗긴 적이 있을 걸세ㆍㆍㆍㆍㆍㆍ
.”
p46
~ P49
“그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 하지만 언젠가 자네가 늙고, 주름지고, 추해질 때, 생각이 한 줄 한 줄 주름을 패어놓아 이마에서 생기가 사라질
때, 열정이 그 끔찍한 불길로 입술에 낙인을 찍을 때, 그때 비로소 알게 될 걸세. 젊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몸서리치게 느끼게 될 거야.
지금이야 어디를 가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자네에게 한눈에 반하겠지.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자네의 외모는 놀라도록 아름답네, 그레이
군. 얼굴 찡그리지 말게. 사실이 그러니까. 그리고 미모는 천재성의 한 형태라네ㆍㆍㆍㆍㆍㆍ
아니,
사실상 천재성보다 훨씬 우월하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야. 햇빛처럼, 봄날처럼, 검은 물속에 비친 우리가 달이라고 부르는 저 은빛
조가비의 그림자처럼, 아름다움은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위대한 요소 가운데 하나야. 그건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없네.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서
신성한 주권을 지니고 있지.
그래서
아름다움은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위대한 요소 가운데 하나야. 그건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없네. 아름다운은 그 자체로서 신성한 주권을 지니고
있지. 그래서 아름다움은 그것을 간직한 사람들을 일인자로 만든다네. 자네 지금 웃고 있나? 아! 하지만 자네가 미모를 모두 잃었을 땐, 미소
지을 일도 없을 걸세ㆍㆍㆍㆍㆍ
사람들은
때때로 이렇게들 말하지. 아름다움은 한낱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신이 준 것은 신이 냉큼 앗아가 버리고 말지. 자네가 진정으로, 완벽하게, 그리고 충만하게 살 수 있는 날도 몇 년 남지 않았다네. 자네의
젊음이 가고 나면 미모도 함께 사라지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어느날 문득 더 이상 승리의 기쁨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거나, 아니면
과거의 기억 때문에 패배보다 더 쓰라릴 변변찮은 승리감에 만족해야 할 걸세.
달이
가면 갈수록 자네는 점점 끔찍한 모습이 되어가겠지. 시간은 자네를 시기한 나머지 백합 같고 장미 같은 미모에 전쟁을 선포할 걸세. 혈색은 누렇게
변하고, 뺨은 핼쑥해지며, 눈에는 총기가 사라질 거야. 그렇게 무시 무시한 고통을 느끼게 되는 거지ㆍㆍㆍㆍㆍ.
아! 그러니 아직 젊을 때 자신이 젊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게.
따분한
이야기를 듣는다든지, 희망도 없이 실패를 개선하려 애쓴다든지, 무지하고 평범하고 천박한 이들에게 자네의 인생을 내맡겨 황금 같은 젊은날을
낭비하지 말란 말일세. 이런 것들은 우리 시대의 병약한 목표요, 그릇된 이상이야 살게! 자네 안에 간직한 놀라운 생명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살게!
세상 모든 것의 기운을 빨아들이게. 항상 새로운 감각을 찾아 나서게. 세상 그 무엇도 두려워 하지 말게ㆍㆍㆍㆍㆍ
새로운
쾌락주의-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세기가 원하는 것이라네. 자네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쾌락주의의 상징이 될지도 몰라. 자네 매력 정동면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걸세. 세상은 잠시 자네의 것이 될거야ㆍㆍㆍㆍㆍ
. 자네를 처음 본 순간, 자신이 실제로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일 수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네.
자네에게는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궁무진해서, 자네에 대해 뭔가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자네가
이대로 버려진다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네. 그도 그럴 것이, 자네의 젊음이 지속되는 시간은 아주
잠깐이니까ㆍㆍㆍㆍㆍ
젊음은
정말이지 아주 순식간에 지나가니까 말일세. 평범하기 그지없는 언덕의 꽃들은 어느새 시들다가도 때가되면 다시 피어나지. 금련화 역시 내년 유월이면
지금처럼 노랗게 다시 꽃을 피울 거야.
한달
후면 클레마티스에 자줏빛 별과 같은 꽃이 필 테고, 푸른 밤과 같은 그 잎들은 해마다 자줏빛 별 무리들을 감싸 안겠지. 하지만 우리 인간의
젊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네. 스무 살에 펄떡펄떡 고동치던 기쁨의 맥박도 차츰 그 기능이 둔해지지. 팔다리는 약해지고, 감각은 못쓰게 돼.
그토록 두려워하던 열정과 도저히 굴복할 용기가 없었던 격렬한 유혹의 기억에 사로잡혀 우리는 흉측한 꼭두각시로 퇴화되고 말지. 오 청춘! 청춘!
세상에 청춘만한 것은 결코 없다네!“
p54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요!” 도리언 그레이가 여전히 자신의 초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요! 나는 점점 늙고,
추하고, 끔찍해지겠지요. 하지만, 이 그림은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유월의 오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고요ㆍㆍㆍㆍㆍㆍ
아
그 정반대가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나이가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할 거예요! 그래요, 그럴 수만 있다면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무엇이든 가져다
바치겠어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바칠거예요!“
p55
“난
영원히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것들 모두를 질투해요. 당신이 그린 내 초상화에도 질투를 느껴요. 나는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걸 어떻게 이
초상화는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거지요? 순간순간 시간이 흐를 때마다 내게서는 무언가가 사라지고, 이 그림에는 무언가가 더해지겠지요. 오,
정반대가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림은 시들어가고, 나는 언제까지나 지금 모습 이대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왜
초상화를 그리셨나요? 언젠가 이 초상화가 나를 비웃을 거예요ㆍㆍㆍㆍㆍㆍ
끔찍하게
나를 비웃을 거란 말이에요!”
p227
~ p228
캔버스에
그려진 얼굴은 자줏빛 덮개 아래에서 차츰 짐승처럼 흉측하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더러워질 것이다. 그런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차피 이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그 자신조차 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영혼이 끔찍하게 썩어가는 모양을 왜 지켜보아야 하는가? 그는 젊음을
지녔고, 그거면 충분했다. 게다가 결국 본성이 점점 훌륭해질지 모를 일 아닌가? 미래가 수치로만 가득 차리라는 법은 없었다.
인생에
또다시 사랑이 찾아와 그를 정화시키고, 이미 영혼과 육체를 뒤흔들어 놓은 것 같은 죄악들로부터 - 그림에는 묘사되지 않은 기이한 죄악들, 너무나
수수께끼 같은 특성으로 인해 미묘함에 매력까지 더해진 죄악들로부터 - 자신을 지켜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 누가 알겠는가. 그러다 어느 날,
섬세한 진홍빛 입가에서 잔인한 표정이 사라지고, 마침내 바질 홀워드의 걸작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찾아올지. 아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한 주 한주가 지날수록, 캔버스 위의 얼굴은 점점 늙어가고 있었다. 죄악으로 인한 섬뜩한 표정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이를 먹어
추해진 얼굴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두 뺨이 야위거나 축늘어질 것이다. 초점 잃은 눈동자 주위로 눈가의 잔주름이 하나둘씩 늘어 어느새 두 눈은
흉측해질 것이다. 머리카락은 윤기를 잃을 테고, 입은 헤벌어지거나 늘어지며, 늙은이들이 입 밖에 내는 말들이 늘 그렇듯 어리석은 말이나 천박한
말들을 입에 올릴 터였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그토록 엄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목에는 주름이 지고, 차가운 손에는 푸르스름한 정맥이
튀어나오며, 몸은 구부정해지겠지. 초상화를 반드시 숨겨야 할 것 같았다. 그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p401
아!
세월의 짐은 초상화가 모두 떠맡고 자신은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며 흠 없이 화려한 빛만 발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오만과 정념으로 똘똘 뭉친
극악무도한 순간들이여! 그의 모든 타락들은 바로 그 기도 때문이었다. 차라리 죄를 지을 때마다 그 즉시 확실하게 벌이 내려졌더라면 좋았을 것을.
차라리 벌을 받았더라면 영혼은 정화되었을 텐데. 가장 공정한 신에게 바치는 인간의 기도는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가 아닌 ‘우리 죄를
벌하시고’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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