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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은 멸망해 버렸다. 그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독자들이 추측해 내야할 뿐이다. 소년과 아버지만이 서로 의지해가며 살아간다. 아버지는 소년을 지켜야 한다. 둘이 가지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의 생필품이 담긴 카트와 배낭이다.
밤이 되면, 그들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서로를 껴안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밖에 없다. 아버지와 소년은 끊임없이 걸어간다. 걷고 또 걷는다.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야할 곳은 남쪽이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에 번식지와 월동지를 옮겨 다니는 철새마냥 살기위해 걸어가야만 한다.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더 이상 따뜻한 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자기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한다. 세상이 세렝게티 초원처럼 야생으로 변한 것이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된 것이다. 약탈자들에서 자신의 목숨과 아들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의 의지와 반대로 찌르면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비정한 세상은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살기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지나가는 길에 뭐라도 먹을 것을 찾아야 한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아버지 자신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사회를 경고하는 듯하다. 아들의 순수한 눈을 통해서 보여주는데, 남을 죽이고 빼앗아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으며,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것 같다.
신마저 죽어버린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죽어가는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이 하지 못한 임무를 수행하길 바란다. 바로 불을 옮기는 것이다. 여기서 불이란 희망을 의미하는 것 같다. 점점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상징하는 것이 불인 것이다.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아버지는 죽어가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식이 홀로 남아, 불을 운반하기 위해 투쟁할 것을 염려하며, 아들을 격려해 준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준 죄로 인해,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밤에는 쪼아 먹힌 간이 다시 생성되는 영원한 고통을 받는다. 그렇게 인간에게 준 불은 현대기술문명의 상징이 되었고,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소설에서는 멸망해버린 사회를 그린다. 그러한 사회에서 다시 꺼지지 않는 불을 옮기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에게 이 비정한 사회에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닐까?
> 인상깊은 구절 |
p15 뭣 좀 물어봐도 돼요? 소년이 물었다. 그럼. 되고말고. 우린 죽나요? 언젠가는 죽지. 지금은 아니지만. 계속 남쪽으로 가나요? 응. 따뜻한 곳으로요? 응. 알았어요. 뭘 알았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알았다고요. 자라. 알았어요. 불 끌게. 괜찮니? 네 괜찮아요. 한참 뒤 어둠 속에서. 뭣 좀 물어봐도 돼요? 그럼. 되고말고. 제가 죽으면 어떡하실 거예요?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싶어. 나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요? 응. 너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 알았어요. p59 아빠? 소년이 소곤거렸다. 저사람 왜 저래요? 번개에 맞았어. 우리가 도와줄 수 없나요? 아빠? 못해 못 도와줘. 소년은 계속 남자의 외투를 잡아끌었다. 아빠? 그만 해라. 우리가 도와줄 수 없나요, 아빠? 못해. 우린 못 도와줘.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없어. p146 왜 그래? 남자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먹을 걸 찾을 거야. 언제나 찾았잖아.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소년을 지켜보았다. 그것 때문이 아니구나, 그렇지? 됐어요. 말해봐. 소년은 눈길을 돌려 길 아래쪽을 보았다. 말해봐. 괜찮아.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날 봐. 남자가 말했다. 소년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운 것 같았다. 말해보라니까. 우린 아무도 안 잡아먹을 거죠. 그죠? 그래. 당연히 안 잡아먹지. 우리가 굶더라도요. 지금 굶고 있잖아. 안 굶는다고 했잖아요. 안 죽는다고 했지. 안 굶는다고는 하지 않았어. 어쨌든 안 잡아먹을 거죠. 무슨 일이 있어도요.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래. 그리고 우리는 불을 운반하니까요. 우리는 불을 운반하니까. 맞아. 알았어요. p193 남자가 노인을 지켜보았다. 자기가 지상에 마지막 남은 사람인 줄 어떻게 알죠? 그걸 알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냥 그렇게 되는 거지. 누구라도 그걸 알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달라질 게 뭐요. 자신이 죽으면 모두가 죽는 것과 똑같은데. 신은 알 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신은 없소. 없다고요? 신은 없고 우리는 신의 예언자들이오. p313 ~ 315 남자가 소년의 손을 잡으며 씨근 거렸다. 넌 계속 가야 돼. 나는 같이 못 가. 하지만, 넌 계속 가야돼. 길을 따라가다보면 뭐가 나올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늘 운이 좋았어. 너도 운이 좋을 거야. 가보면 알아. 그냥 가. 괜찮을 거야. 못 가요. 괜찮다니까. 오래전부터 이렇게 될 거였어. 지금 이렇게 된 것뿐이야. 남쪽으로 계속 가. 다 우리가 했던 대로 하면 돼. 괜찮아 질거예요. 아빠 그래야 돼요. 아냐 그렇지 않아. 항상 총을 갖고 다녀. 좋은 사람들을 찾아야 하지만 모험은 하지 마. 절대 하면 안 돼. 듣고 있니? 함께 있고 싶어요. 안 돼. 제발. 안 돼. 너는 불을 운반해야 돼.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요. 모르긴 왜 몰라. 그럼 진짜지. 어디 있죠?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왜 몰라. 네 안에 있어. 늘 거기 있었어. 내 눈에는 보이는데. 그냥 함께 데려가주세요. 제발. 못해. 제발. 아빠. 못한다니까. 난 죽은 아들을 품에 안을 수가 없어. 그럴 수 있을거라고 생가했는데 그럴 수가 없어. 절대 저를 떠나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알아 미안하다. 내 온 마음은 너한테 있어. 늘 그랬어. 너는 가장 좋은 사람이야. 늘 그랬지. 내가 여기 없어도 나한테 얘기 할 수는 있어. 너는 나한테 얘기할 수 있고 나도 너하고 이야기를 할 거야. 두고 봐. 제가 들을 수 있나요? 그래 들을 수 있지. 네가 상상하는 말처럼 만들어야 돼. 그럼 내 말을 듣게 될거야. 연습을 해야 돼. 포기하지마. 알았지? 알았어요. 그래. 정말 무서워요. 아빠. 알아. 하지만 괜찮을거야. 너한테는 운이 따를 거야. 내가 잘 알아. 말을 그만 해야곘구나. 또 기침이 나오려고 해. 괜찮아요, 아빠 말하실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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