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상처를 안고 산다..

 

자신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두 남녀지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했다. 유정은 자신이 강간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집안을 위해 끝끝내 숨겨온 어머니를, 윤수는 자신과 동범이자, 두 여자와 한 아이를 죽인 선배를 용서한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산다. 아니,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산다. 자신의 상처를 숨기면, 그 상처는 더더욱 벌이지고 흉터가 남는다. 평생 지울 수 없는 흉터가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않고 바로 치료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이 자랐더라도, 평생을 불우하게 컸더라도, 사람들은 가지각색으로 자신의 상처를 안고 산다. 하지만, 그러한 상처는 흉터가 생기지 않게 치료가 가능하다. 스스로 그 상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소설에서도 끝내 그 상처를 받아들이고, 두 남녀는 치유를 하게 된다.

 

유정에게는 15, 윤수에게는 평생이라는 세월을 고통을 받아왔지만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지만, 결국에는 헤어지게 되는 이 과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야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을 만났지만, 바로 헤어짐이라니, 참 슬프다.

 

소설의 전개가 아쉬운 점이 많다. 윤수가 자신이 불우하다면서, 그 전에 했던 범죄를 정당화하는 모습이 조금 보이고, 사형수들을 옹호하는 모습이 조금 불쾌하다. 물론 사형수들 중에서 억울한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도 윤수는 잘못을 했다. 애초에 범죄의 목적을 갖고, 그 집에 찾아간 것이며, 범죄를 저지른 후에 도주를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잡힌 장소에서 인질을 잡고 칼을 들고 협박한 것도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형제 존치론자로서, 소설의 시각이 불편했다.

 

감명깊은 구절

p7

그날 두 여자와 한 아이가 죽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죽어 마땅하며 살 가치가 없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저런 여자에게 돈이 많다는 것은 벌레에게 비단을 감아 놓은 것과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내가 그 돈을 좋은 일에 사용한다면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평생을 자기 것이라고는 가져본 일이 없던 여자였습니다. 평생을 남에게 빼앗기고만 살던 여자, 그 여자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삼백만원 만 있으면 그녀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내게는 삼백만 원을 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날마다 죽어가는데, 하늘이 있다 해도, 하늘이 있는지 하늘을 바라본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르고 살았지만, 나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으며 이것이 정의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정의 말입니다.

 

p15

나로 말하자면, 나에 관해 굳이 말하자면, 나는 엉망이었던 사람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살았고,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사랑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하는 이름이로 내 생 속으로 끌어들이려 했고 나만을 위해 존재하다가 심지어 나 자신만을 위해 죽고자 했다. 나는 쾌락의 신도였다. 자신을 잃고 감각의 노예가 되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나는 언제나 내 견고한 가족의 성곽으로 발길을 내지르곤 했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밤새 춤을 추었다. 그 사소한 일상이 실은 나 자신을 차근차근 파괴해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고 설사 알았다 해도 멈추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온 은하계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야만 성이 차던 존재, 술에 취한 날이면, 닫힌 문들을 발길로 차면서 나는 진실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P32

고모······· 죽고 싶지는 않았는데······· 지루하고 진부했어.

지겹고 짜증났어·········· 이렇게 더 살면 지루한 세상에 진부한 일상이 하루 더 보태질 뿐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렇게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이어서 고모 말대로 언젠가는 죽는 거니까. 나는 내 삶 전체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고 싶었어. 그리곤 세상을 향해 외치는 거야. 그래, 나는 쓰레기다! 난 실패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도저히 구제불능이다·····,”

모니카 고모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뜻 밖에도 아무 감정이 없었다.

그런데 실은 그 무연한 그 눈길이 나는 언제나 두려웠었고 진정한 두려움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 거기에는 그녀를 향한 내 존경심이 분명히 있었다.

유정아, ····· 그 강검사인가 하는 사람을 사랑했었니?”

고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촌뜨기를?”

······ 상처받았잖아.”

나는 가만히 있었다.

다시 생각해볼 테냐?”

“·······용서할 수 없었지. ·······근데 고모, 내가 생각해봤는데 사랑은 아닌 거 같았어. 사랑하면 마음이 아프잖아. 그런데 아프지는 않았어. 사랑하면 나랑 헤어져도 그 사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해야잖아? 그런데 그런 생각 안 들었어····· 그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배경만 보고 쉽게 그 사람을 믿어버린 나를, 실은 십오 년 동안 반항이란 걸 죽도록 한 내가 겨우 다시 오빠나 새언니나 그런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한다는 걸 알았을 때 그게 싫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싫은 감정에마저 배반당했다는게 싫었어·····.”

 

p267 ~ P268

사형수였던 사람이 대통령 당선되었대요. 그 사람이 자기 재임 기간중에 사형집행 안 할 거라구 했거든. 우리 형제들이 그러니까 우리 어쩌면 집행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사람이 이제 대통령 당선자니까····· 그러더라구. 유정이 누님, 나 생각했는데····· 나 수갑 찬 손이라도 아이들한테 편지 쓰고, 나 수갑찬 몸이라도 여기서 있는 힘껏 사람들에게 내가 받았던 사랑전하면서····· 여길 수도원처럼 생각하면서 살면······ 나그렇게라도 살아 있으면 혹시 안 될까, 염치없지만, 정말 염치없지만 나 처음 그런 생각했어요·····.”

그것이 내가 윤수를 본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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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naver.com/young92022/22012037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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