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백의 발상의 전환 - 오늘날의 미술, 아이디어가 문제다
전영백 지음 / 열림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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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32작품의 설명을 중점으로 현대미술의 발상이 어떻게 전환되었는지 보여준다. 4파트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개인/미학/문화/도시이다. 개인에서는 개인이 겪는 상실의 아픔, 사랑과 그리움, 내면의 고통과 불안, 지극히 사적인 신체적 경험과 그 감각을 다룬다. 미학에서는 미술작업에서 경험하는 관조와 사색, 개입과 참여, 몰입과 침잠, 그리고 포스트모던 아트가 추구하는 주체의 체험과 감각을 다룬다. 문화에서는 문화번역의 문제, 국가주의와 다른 진정한 문화적 특징에 관한 모색, 자문화와 타문화의 취향과 그 차이, 핵심적 문화정체성의 추구와 그 경계의 흐림을 보여준다. 도시에서는 도시들의 장소특정성과 그 표현, 실제 공간 및 생활의 장으로서의 도시, 그리고 이에 대한 주체의 감각을 다룬다. 


각 파트에서 한 작가의 대표작품을 설명하고, 그 작가의 커리어를 설명한다. 아쉬운 점은 작가에 대한 설명부분에서 예술가의 작품들을 나열해주는데, 그 작품의 도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작품을 설명할 때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봐야하는 불편한 점이 있다. 다른 아쉬운 점은 퍼포먼스에 대한 설명만으로 그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느끼지 못한다면, 예술적인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저자도 그 예술가의 퍼포먼스를 직접 두 눈으로 관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한 나도 저자가 서술하는 데로 그 행위예술을 상상해야하니, 그 가치를 잘 느낄 수가 없었다.


현대미술은 개념미술이라고 한다. 중세 및 근대미술은 종교와 신화 및 역사적 인물에 관한 미술작품이 주를 이루었다면, 현대미술은 이 책의 제목처럼 ‘발상의 전환’이라고 보아야겠다. 작품들 사이에서 이건 정말 대단한 생각인대라고 감탄을 이끌어낼 정도로 좋은 작품이 있는가하면, 꿈보다 해몽이라고 느껴지는 작품들도 있었다. 한 때, 나도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것처럼, ‘이거 나도 그리겠다.’라는 대중과 같은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예술은 하나의 작품을 통해서 여러 가지의 해석을 이끌 수 있지만, 현대미술전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몇 번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ㆍ공공미술에서 그런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라는 작품이 흉물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논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는 것이 나온다. 한국에서도 서울시에서 전시되는 여러 공공미술작품이 대중들에게 흉물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 나는 예술작품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예술가 사이에서 그것이 예술이라고 할지라도, 예술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회ㆍ공공미술이 안고 가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작품들도 여럿 있다. 재닌 안토니의 <핥기와 비누로 씻기>라는 작품에서 정말 뛰어난 영감을 받았다. 이 작품은 작가가 초콜릿을 핥아서 조각상을 만들고, 비누를 몸에 비벼서 조각상을 제작한다. 신체 퍼포먼스가 동시에 개입하여,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예술을 보여준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은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캔버스가 아닌 아이패드 드로잉을 통해서 예술을 구현한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서도호의 <틈새 집>이다. 이 작품은 영국현지에서 집과 집 사이에 한옥을 가운데에 끼어놓은 작품이다. 영국한복판에 한옥이 날라 와서 박혀있는 모습을 보면 세계화 및 다문화주의에 걸맞는 작품이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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