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박사의 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7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생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동물인간들로 인하여 벌어지는 비극을 보여준다. 소설은 이방인이라 볼 수 있는 프렌딕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조난되어 모로박사의 섬에 정착하게 된 프렌딕은 처음 괴생명체들을 보았을 때, 인간이 실험을 당하여서 짐승같은 형태로 변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동물실험에 의하여 탄생된 동물인간들이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나는 작가가 인간성을 잃고 살아가는 짐승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었다.

동물인간들은 모로박사가 규정한 법을 배운다. 규칙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러한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동물인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벌은 받게 된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가장 기본적인 법도 지키지 못하는 한심한 인간들이 떠올랐다. 동물인간들은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게 되고, 동시에 자신들이 가진 본능으로 회귀하게 된다. 그러면서 섬에 비극이 발생한다.

그들이 자신의 본능을 찾는 것이, 본래 자연에 맞는 이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적으로 인간성을 얻게 된 동물들이 자신의 본능대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나다움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나다움을 잃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 무엇이 가장 인간에게 어울리는 삶일까? 과거에 산 사람들은 행복했을까?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의 원시인들은 현대인들보다 행복했을까?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너무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나는 아직 규정할 수가 없다.

그 괴기스럽고 불가해한 몸짓을 지켜보면서 나는 문득 불쾌감의 근원을 처음으로 똑똑히 깨달았다. 철저히 낯설면서도 기묘하게 낯익은, 앞뒤가 안 맞고 서로 어긋나는 그 인상이 무엇 때문에 비롯되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이 불가사의한 의식에 참여한 세 녀석은 사람 형상이었다. - P. 60

“사람이다 법을 배워야 한다.”

“네발로 걷지 않는다. 그게 법이다. 우리는 사람 아닌가?”

“물고기나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게 법이다. 우리는 사람 아닌가?”

“나무껍질을 할퀴지 않는다. 그게 법이다. 우리는 사람 아닌가?”

“같은 인간을 뒤쫓지 않는다. 그게 법이다. 우리는 사람 아닌가?” - P.85

“저들은 다 뭐요?”

나는 동물인간들을 가리키며 그들도 들을 수 있도록 목청을 한껏 높여 말을 이었다.

“저들도 사람이었소. 당신 같은 사람이었소. 당신이 짐승 같은 수단으로 저들을 타락시켰소.

당신이 저들을 노예로 만들었고 당신은 아직 저들을 두려워하고 있소.” -P.96

“놈들은 회귀하고 있소. 놈들에게서 내가 손을 떼는 즉시 놈들은 슬금슬금 원상태로 돌아가오. 천성을 도로 드러내기 시작하오.” - P.113

박사는 그들에게 최면을 걸었다. 어떤 일들은 불가능하고 또 어떤 일들은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이런 금기들을 그들의 마음결에 새겨 불복종이나 반항의 가능성을 잠재운다는 것이다. - P.117

불쌍한 짐승들! 잔인한 모로의 나쁜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로의 손을 거친 뒤에도

이 불쌍한 희생물들에게 고통과 불행이 또 찾아갈 거라곤 생각 못 했다. 돌담 안에서 실제 고문이 행해지던 순간에만 나는 몸서리쳤다. 전에 그들은 짐승이었고 환경에 본능을 맞추면서 하나의 생명으로서 나름대로 행복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인간성이라는 족쇄에 묶여 몸부림친다.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 두려움속에 산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법 때문에 불안해한다. 고통으로 시작된 그들 가짜 인간으로서의 삶은 하나의 긴 내적 몸부림이자 모로에 대한 기나긴 공포에 다름 아니다. 무엇을 위해? 나는 두서없이 생각하며 흥분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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