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플리 5부작 세트

좋아하던 소설이 영화화 되는 건 잘 된 일이다 싶으면서도 그걸 보는 건 또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책으로는 살짝 오글거려도 괜찮았는데 영화관에서 보니까 뛰쳐나가고 싶었던 적도 있다. 뭐, 각색을 안 했는지 세부사항까지 동일해서 다음 내용을 다 아는 터에 지루한 탓도 있었지만. 혹은 주인공의 설정이 너무 바뀌는 바람에 불만이 쌓인다던가.

아무튼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 책보다 영화를 먼저 보는 쪽이 양쪽을 다 즐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아무래도 시간의 제약이 있다 보니 소설을 영화화하면 많은 부분이 누락되거나 축소된다. 하기야 전부 나열하면 지루한 경우도 있긴 하다. 영화를 보고 책을 보면 더 알고 싶었던 부분, 뭔가 더 있었으면 하는 부분이 채워져서 만족하게 된다. 그런데 심지어 뒤가 더 있다고?

<오즈의 마법사>나 <싸이코> 이후 속편이 있어서 놀라게 된 3번째 작품이다.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가 워낙 인상적이라서 원작이 있다는 정도만 알았지 이후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더욱이 리플리가 그린리프의 유산을 바탕으로 잘 먹고 잘 살았으며 잡히지도 않았다니...

흔히 소시오패스를 양복 입은 뱀이라고 부르던가. 필요에 의해 살인을 할 뿐이지 죄책감을 느끼지도 그 일에 사로 잡히지도 않는 리플리. 자신을 납치했던 인질범을 쏘고 그 피냄새가 코속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던 미드 <인 플레인 사이트>의 여주인공과 비교하면 그 온도차가 극명하다.

어쨌거나 영화로는 속편이 나올 시리즈도 아니어서 책을 읽으면서 불만족스러울 일도 적고.

 

 

2. 시간의 딸

팩션은 별로 안 좋아한다. 딱히 싫어하는 것까진 아닌데 팩션을 추천 받아서 읽으려고 할 때마다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질 않는다. 차라리 교양서로 역사를 읽는 건 괜찮은데.

그럼에도 이 책 <시간의 딸>이 궁금해진 이유는 두 가지. 주인공 앨런 그런트 경위가 다리를 다쳐 운신을 못 하는 가운데 4백년 전의 미스터리를 푼다는 설정 때문이다. 뭐, 다리를 다친거라고 하니 예전의 덴젤 워싱턴이 아예 못 움직이는 채 진두지휘했던 영화 같지야 않겠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탐정이 과거의 진실을 밝혀나간다는 설정은 나쁘지 않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오로지 크리스티와 세이어스의 이름값 때문이다. 좋아하는 두 작가에 맞먹는 인기를 누린 조지핀 테이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하겠지.

존 딕슨 카의 <황제의 코담뱃갑>이 다시 나온 건 좋은데 그건 오래 전에 읽은 거라서. 또 읽을 만큼 재밌기는 했지만 별로 신간처럼은 안 느껴진다.

 

 

그 외

황제의 코담뱃갑,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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