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로 떠나다 - 앙니와 룬희의 거침없는 EPL 축구기행, 2007~2008 개정판
최성욱 외 지음 / 엠에스디미디어(미래를소유한사람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프리미어리그로 떠나다'라는, 축구팬이 감히 외면하기 어려운 매력 넘치는 제목과 달리, 책 내용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이 책은 앙니(남자)와 룬희(여자)라는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서 그들이 대학생 명예기자로 선정되어 프리미어리그를 취재하러 떠난다,를 기본적인 설정으로 취하고 있는데, 그럼으로써 '떠남'과 '여행'과 '축구'가 한 데 어우러질 때 기대함직한,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은 확연히 사라져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서 과연 제 역할을 하는 것일까, 하고 룬희가 의문을 표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앙니가 박지성 선수에 대한 맨유 선수들 혹은 관계자들의 호평을 알려 준다거나, 또는 설기현 선수를 만나러 갈 때 설기현 선수가 직접 차로 마중을 나와 준다거나 하는 등의 일들이 이미 잘 알려져 있거나 혹은 기사화된 일들을 다만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행동으로 재구성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물론, 이때 재구성되는 대화나 사건들은 4명의 공저자가 실제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하기는 했겠지만, 아무래도 생동감 넘치는 프리미어리그의 매력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결코 환영받기 어려운 방식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룬희와 앙니가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종종 읽는 내가 민망할 만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게다 룬희와 앙니의 어설픈 러브 스토리까지!). 

전체적으로 어린 아이들을 위한 프리미어리그 소개 만화를 만든다면 딱 이런 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제법 알지만 조금 덤벙대고 잘 까부는 앙니와 상대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조금 알지만 침착하고 예리한 면이 있는 룬희가 때맞춰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하려는 의도이지만 불행히도 꼭 그렇지는 않은 방식으로) 풀어 나가는 건, 대체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면서 약간의 교육적 효과를 더하고자 하는 만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이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문제라면 이 책은 실제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등장인물들의 작위적인 대화와 행동을 남발하여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었을 '생생함'을 과감히 포기해버렸다는 것이고(물론,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꼭 어설픈 등장인물들과 작위적인 대화를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로 인해 얻는 장점이라면 실제로는 적은 분량을 대화로 구성하면서 늘릴 수 있었다는 것 외에는 딱히 찾지 못하겠다(그런데도 정말로 '사족'에 불과한 'part5. 프리미어리그에 사족달기'를 제외하면 고작 200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다). 솔직히 이래서야 굳이 왜 프리미어리그로 떠났는지 모르겠다. 미안한 말이지만, 근사한 제목과 책값(13500원)이 많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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