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열림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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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꾸녁이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먹고살던 이야기'는 조금 낯설다. 사실 '똥꾸녁'과 '가난'의 관계도 그리 쉽게 이해되지 않다보니, 저자의 옛 먹거리 추억에 동참하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게다가 도대체 씀바귀, 엄나무순, 머위, 꽃다지, 돌나물 등의 나물을 아무리 얘기해도 나로서는 그 맛은 고사하고, 생김새 구별조차 쉽지 않다. 당연하게도 그 구체적 요리법과 도움이 되는 상식 등도 내게는 꽤나 생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책을 그저 '풀 뜯어먹는 소리'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성급한 결론임에 분명하다. 비록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과 자연이 주는 온갖 나물들, 그리고 요리법 등이 조금 낯설게 여겨지더라도, 그것은 우리 전세대가 살아왔던,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래서 낯선 것만큼이나 또한 익숙하다. 더군다나 시골로 돌아와 자신의 텃밭을 가꾸며, 자연이 아낌없이 주는 것들에 감사하며 사는 저자의 삶이 그저 '먹고 사는 이야기'일리도 만무하다.

물론 아직은 좀 더 낯선 감정이 앞서는 것을 부인할 수 없고, 기본적으로 나는 '먹는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 책은 어쩌면 '친숙함'과 '그리움'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마치 청국장의 부담스러운 맛과 냄새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 그것을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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