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메리칸 스타일의 두 얼굴 - 미국판 강남좌파의 백인 문화 파헤치기
크리스천 랜더 지음, 한종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원제의 직역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더 쉽다 " stuff white people like" 그렇다. 이 책은 "미국 백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일람표이다. 저자 블로그 ( http://stuffwhitepeoplelike.com/ )에 가면 이 책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 제목에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쓴 것이 마음에 안 든다. 따지고 보면 미쿡 나성시 오렌지동 교포들도, 뉴욕시 뉴저지동 교포들도 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산다. 이 책은 콕 찍어서 백인에 대한 책인데 왜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제목을 달았는지 모르겠다.
제목은 이상하지만 번역은 아주 재미있게 했다. 그건 아주 좋다.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니까 번역도 재미있게 해야 한다. 예전에 마이클 무어나 벤 스타인의 책 한국판을 보고 번역이 매우 진지하여 근엄한 표정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면 본문의 해당 영어 단어에 대해 번역가가 선택할 수 있는 한국어 대역어에 웃기는 단어와 학술적인 단어가 있으면 학술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번역이었다. 나는 번역가가 진지하고 교양있고 평소에도 품위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어서 그랬으리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는 위의 사진처럼 내 마음의 거문고를 사정없이 튕겨주는 문장들이 있었다. 책의 모든 내용에 동감하지는 않고 그럴만큼 미국 백인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지도 않지만 여하튼 다음 문장들은 마음에 들었다. 앞의 숫자는 페이지수이다.
16. 흔히 백인들은 자신들이 '정신적'이지만 어떤 종교를 믿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것은 예수와 상관없는 종교를 믿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58. 백인들의 여러 활동이 그렇듯이,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 역시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자족감과 다른 사람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갖게 해 준다.
72. 백인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인디음악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 백인들은 '주류'를 혐오하며, 더 진실하고 독특하면서도 그들의 체험을 잘 반영하는 것을 찾는데 필사적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에게는 (기존의 대중음악과는 다른) 인디 음악이 있다.
76. 채식주의자든 비건(vegan)이든 아니면 육식에 대해 죄책감을 갖든 간에 백인들은 스시를 무척 좋아한다. 스시에는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외래 음식인데다가 비싸고, 건강에 좋기까지 하다.
82. 백인들은 대학에 가서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경향이 있다.(중략) 이런 학위 과정을 통해 백인들은 인생의 몇 년간을 독서와 리포트 쓰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할 수 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 프루스트를 읽으며 당신 혹은 사회에 은혜를 베풀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중략) 그렇다면 자연과학과 공학, 경영학을 공부하는 백인들은 어떨까? 그들은 의사가 되지 못하면 본질적으로 백인 자격을 잃는다(그 자격을 되찾기 위해서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길밖에 없다.)
83. 백인들이 인문학 학위를 필요로 하는 진짜 이유는 파티에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좋은 관계도 형성하고, 일자리도 얻고, 부자들도 알게되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95. 백인들에게는 요리를 즐겨야한다는 강박감이 있다. 그들은 멋진 주방을 갖추고 만들기 어려운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기 위해 신선한 유기농 재료를 가지고 요리해야한다는 강박감을 느낀다. 뛰어난 셰프라면 식칼 하나와 냄비 몇 개로 환상적인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데도 백인들은 완벽한 주방 기기와 도구 일체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다음 글을 읽고 소리내어 웃었다.*********
96. 진정한 백인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그들은 백인 주방의 성배라 할 수 있는 키친에이드사의 스탠드 믹서를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이 믹서를 주방의 색깔에 맞추어 눈길을 끌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많은 종교적 유물과 마찬가지로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손대지 않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증명하는 주방의 보물로 고이 모실 것이다.
98. 왜 그렇게 많은 백인들이 변호사가 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로스쿨 입학을 결정하는 배후에 숨겨진 이야기와 갈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부 최종학년이 되면 백인들은 그들의 학위가 쓸모없다는 혹독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대다수의 백인들은 졸업을 하면 즉각 여행 작가나 영화제작진이 되어 1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3년 동안 해 왔기때문에 이 깨달음은 너무도 가혹한 것이다. 게다가 출판 및 기타 미디어, 비영리단체 분야의 일자리를 구하러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으로 이사하는 백인들이 수천 명은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모멸감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런 분야의 연봉으로는 백인다운 생활방식을 유지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유기농 식품과 인도 여행, 프리우스 자동차(중략) 모두 비싸지만 백인들은 이것들을 매우 필요로 한다.(중략) 로스쿨을 다니고 나면 백인들은 복잡하게 계산할 것도 없이 1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135. 대학원은 많은 백인들의 행복 요건을 충족시켜 준다. 세상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고, 정부(혹은 대학)가 그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항의할 수 있고, 자신이 가난하다고 주장할 수 있고, 더 똑똑해지는 기분을 누릴 수 있으며,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수 있고, 연속 3일 쉬고서 주중 내내 잠까지 잘 수 있다! 봉급이나 고용가능성을 높여 주지도 못할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많은 백인들이 교수가 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박사과정에 진학할 것이다.
136. (백인은) 소도시의 교수가 되어서, 그 지방 사람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끔찍하고 교양이 없는가를 설파하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학위를 딴 사람이라고 다 똑똑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독자여러분들은)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들이 독서를 당신보다 더 했을 수는 있으나 그들이 당신보다 경쟁력 있거나 호감을 끄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음은 늘 궁금했는데 이제 알게 되어 시원해진 내용이다. ********
174. 백인들의 체온은 논리적이거나 일관된 원칙대로 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백인들은 자주 이상하거나 불합리해보이는 복장을 하게 된다. (중략)상체는 냉하나 하반신은 더울 때, 몸을 편하게 해주는 반바지와 추리닝 상의를 입는 백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백인의 체온조절을 도와주는 것은 스카프다.
230. 백인들은 어떤 일을 야외에서 하면 수준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중략) 야외에서의 식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백인들은 약간의 불편을 겪는 것도 싫어한다. (중략) 늦은 밤 당신은 작은 우산처럼 보이는 철탑을 목격할 수 있는데 그것은 프로판가스 난로다. 덕분에 백인들은 난방 및 에너지 효율을 무시한 채, 실내처럼 쾌적한 온도를 즐길 수 있다, 백인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묻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245. 당신은 도시 교통에 큰 기여를 하는 수많은 버스에 왜 백인이 없는지 의문스러울 것이다. 백인들은 버스가 계속 정차하며 냄새나는 사람들을 태우는 커다란 미니밴이라고 여긴다. 절대 백인들에게 이 사실을 지적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중교통을 애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은 비애에 젖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