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어린 시절 -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불평등의 대물림
아네트 라루 지음, 박상은 옮김 / 에코리브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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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10살 아이를 둔  미국의 열두 가정을 대상으로 한 연구. 교육사회학, 참여관찰법, 질적연구, 도시민족학 등의 방법론이 적용되었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 현실에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이 책에서 중산층 아이들은 여가 시간 보다 주요 교육 기관에서 집중적으로 미래를 위한 교육을 받고, 노동자나 빈곤층 아이들은 오랜 여가 시간에 또래집단을 형성하여  자기주도적 놀이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중산층이나 노동자나 모두 주요 교육 기관에 속해 있고 - 여기서 벗어나면 갈 데가 없다. 한국은 '바깥'이 매우 추운 나라이다. - 노동자나 빈곤층 아이들은 여가 시간이 부족하고 미국의 빈곤층 아이들이 '비싸서' 접하지 못하는 게임이나 인터넷에 중독되기도 한다.

 

또한 이 책에서 중산층 가정은 부모와 자녀가 토론과 협상의 대화법을 사용하고 이 화법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데 바탕이 되지만 빈곤층 가정은 부모가 자녀에게 주로 지시하거나 명령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자신의 의사를 발언하지 못하는 명령조 대화법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부모의 노동 시간이 길어서 서로 만날 시간이 없고, 부모의 학력이 낮아 어휘력이 부족하여 사용 어휘나 화법이 다양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중산층이나 빈곤층이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상명하달식의 화법이 일반적이고, 아예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는 small talk 문화가 없어서 일년에 두어번 친척들이 만나는 명절 때 서로 할 이야기가 없어서 시집 안 가냐, 취직 안 하냐 같은 이야기로 말폭탄이 쏟아지는 판이다.

 

그렇지만 양육에 부모와 돈이 개입하는 방식이나 계층이 고착화되는 방식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기 때문에 계층분리를 이해하고 질적연구 방법론을 배운다는 차원에서 읽어볼 가치는 있다. 기억하기 위해 몇 부분을 여기 옮긴다.

 

 

 19쪽. 이 책을 통해 나는 가정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모여 자녀 양육에 대한 문화적 논리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중략)현재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 교육과 관련해 아이의 집중양육을 강조하는 문화적 논리를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노동자 계층과 빈곤층 부모들은 자연적 성장을 통한 성취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20쪽. 아이를 키우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지난 2세기에 걸쳐 규칙적으로 변해왔다. 처음에는 병에 담긴 분유를 먹이며 엄격한 체벌을 동반한 양육을 강력히 권고하다가, 현대에는 모유를 수유하며 정서적 온기를 전하고 이성과 타협을 통해 양육하라는 건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중략) 가장 빠르게 반응한 부류는 중산층 부모들이었다. 게다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미국의 중산층 자녀들은 중산층이 '몰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직면했다. 따라서 자녀가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중산층 부모들은 더더욱 자녀의 발전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20쪽. 노동자나 빈곤층 가정에서는 자녀에 대한 계획적 양육이나 중산층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여가 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노동자 가정과 빈곤층 가정에서는 자녀의 자연적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 하나의 성취로 간주된다.

 

24쪽. 미국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성취를 그 사람의 개인적 자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노래 <마이 웨이>나 각종 회고록, 텔레비전 토크쇼, 신문 기사들도 개인의 가치를 중시한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이루어낸 성과는 그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과 결부된다. 이러한 신념이야말로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지탱하는 뼈대라고 할 수 있다.

 

25쪽. 유럽인과 비교하면 훨씬 많은 미국인들이 개인의 노력에 따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보고 들으며 자란 아메리칸 드림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이상향이다. 성실히 일하고 규칙을 지키면 신께서 주신 재능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사회적으로 노력한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각 개인은 자기 자신의 노력과 능력만큼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미국식 이념은 부자와 빈자를 막론하고 과반수의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믿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가 계층화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중략)게다가 이러한 자원은 자손에서 자손에게로 세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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