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수전 외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시공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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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영화로, 드라마로, 책으로 계속 접했었는데 정작 책을 사서 본 기억은 없다. 주변에 한 권씩은 다 가지고 있어서 뭐라 말하기도 전에 빌려줘서 그랬던 거 같다. 제인 오스틴 사후 200주년을 앞두고 국내 최초로 그녀의 전집이 출간된다고 하여 고심 끝에 고르게 된 요 책은, 그래서 내가 직접 구입하고 소장하게 된 첫 제인 오스틴의 책이 되었다. 영국 브랜드 캐드 키드슨과의 콜라보로 탄생한 에디션이라는 점이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

『레이디 수전』, 『왓슨 가족』, 『샌디턴』, 총 3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레이디 수전』은 제인 오스틴이 10대 때 쓴 소설이라고 한다.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한층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는데 주인공 레이디 수전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뭐 이런 뻔뻔스러운 여자가 다 있나 싶다. 제인 오스틴 소설에서 보기 드문 악녀라는 글을 어디서 읽었던 거 같은데 내가 느끼기에는 진상?, 소시오패스? 뭐 그런 거 같다. 감옥에 갔으면 싶기보다는 똑같은 사람을 만나서 크게 데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 그런 인물이다. 편지글로 다 풀리지 않은 뒷이야기까지 적혀 있는데 원래 의도한 대로는 아니지만, 결국은 본인의 행복을 성취(?)해낸 그녀의 모습에 '악은 성실하다'라는 모 드라마의 대사가 떠올랐다. 『왓슨 가족』은 『오만과 편견』등 다른 여느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보았던 캐릭터,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집필을 중단하는 바람에 미완성 소설인 채로 실려 있는데 그녀의 언니에게 미리 줄거리를 얘기해 준 덕에 주인공 에마가 어떤 일을 겪고 누구와 맺어지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샌디턴』은 개발의 바람이 부는 샌디턴이라는 바닷가 마을에 오게 된 샬럿이 자신을 초대해 준 파커 가족과 마을의 여러 사람들을 관찰하고 관계 맺으며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 만큼이나 샌디턴이라는 마을 자체가 작품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작품은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으로 결국 집필 중에 악화된 병세로 세상을 뜨게 되어 역시 미완으로 남게 된 작품이다. 남겨진 원고에는 제목조차 없어서 오스틴 가족들이 부르던 '샌디턴'이라는 명칭을 제목으로 가지게 되었고, 작품의 중·후반부에 대한 얘기도 전해지는 바가 없어서 딱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일 거 같은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면 궁금함과 아쉬움에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레이디 수전』을 제외한 두 작품은 모두 미완이라서 후반부를 내가 제인 오스틴이라면, 혹은 내가 이어서 쓴다면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자 장점일 거 같다. 물론 『왓슨 가족』은 그녀가 정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읽는 내가 원한다면 에마를 하워드 목사 말고 그녀가 전혀 관심 없어 했던 톰하고 극적으로 맺어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덜 알려진, 게다가 미완인 작품까지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인 오스틴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그녀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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