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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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의 4번째 책이다. 3번째 책인 『부분과 전체』는 한 페이지도 보지 않았다. 일도 나름 바빴고, 시간이 생겨도 도저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그냥 뒀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읽기는 읽어야 될 거다. ^^;;;;

이 책은 저자가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접한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 모음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흔하게 볼 수 없는 증상의 환자들을 진료하거나 면담한 기록이다. 인간의 뇌는 아직도 신비한 영역이라서 책 속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완치라는 게 없이 증상 혹은 증후군에 나름대로 적응하여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영위해 나간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단순히 환자, 혹은 연구 대상으로만 대하지 않고 나름의 세계와 체계를 갖춘 사람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 덕에 생소한 용어들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읽다 보면 나도 인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도 생긴다. 뭐 딱히 어떤 일치하는 사례가 있다기 보다는 '나도 이렇게 기분이 급변할 때가 있는데, 나도 지나가는 사람들 보면서 이럴 때가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뇌의 어떤 부분이 잠깐의 발작 상태에 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

상실, 과잉, 이행, 단순함의 세계, 이렇게 총 4부의 구성으로 나눠져 있는데 개인적으로 단순함의 세계 파트가 제일 흥미로웠다. 지적 장애, 자폐증 등으로 진단 받은 사람들의 예술적인 재능과 빛나는 천재성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저자가 그들에게 느끼는 경이로움과 연민에 공감할 수 있었고, 그들과 그들의 방식을 통해 소통하려고 하는 저자의 진심 어린 노력이 좋았다. 일반적인 일상의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유로 강제로 분리되면서 공유했던 아름다운 소수의 세계를 잃게 된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에서는 치료라는 게 허울만 좋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와 많이 다른 누군가, 그와 소통하기 위해 그의 말과 행동에 귀기울이고 그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 직업이라고 해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저자가 가진 인간에 대한 충만한 애정이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일러스트도 글이 가진 느낌을 한껏 살려주는 분위기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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