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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 할까 - 삶이 심플해지는 거절의 힘
김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 싫다라는 말을 하기가 참 어렵다. 사회 전반적으로 '친절하고 긍정적인 사람 = 좋은 사람'이라는 마인드를 공유하고 있는 데다가 '싫다'라는 말로 인해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거라는 공포가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알게 된다. 모두가 좋은 경우라도 내가 혹은 다른 누군가가 싫은 경우가 있고, 계속 오케이만 하면서 가만히 있다 보면 가마니가 된다는 걸... 그리고, 가마니가 되기 전에 내가 싫고 좋음을 분명히 해야 모든 관계가 오래 건강하게 지속된다는 걸 말이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접하면서 이건 아닌데 이건 싫은데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하지만, 생각하면서 입밖에 낸 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입밖에 낼 때는 가급적 나를 오해할 여지가 별로 없는 정말 친분이 두터운 경우에 비교적 수월하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정말 어렵게 빙빙돌려서, 그것도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다가 뱉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처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한테 한두번쯤 던지게 되는 질문을 그대로 제목으로 삼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거절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30년이 넘게 그렇게 살아오던 저자도 심리 상담을 하고 코칭을 받으며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나와 관계를 지키는 길이라는 걸 깨닫고 자신의 마음 속의 진실을 남에게 잘 전달하는 쪽으로 노력하며 살게 되었단다. 이 책은 싫다라는 거절의 말이 관계를 망가뜨리는 일이 아님을 알려주고, 거절의 필요성과 거절하는 요령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거절하지 못해 생긴 실제 사례들- 몇 가지는 공포스럽다 -을 들려주며, 거절이, 자신의 마음속의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나와 타인을 위해 필요하고 중요한 일임을 차분하게 설득시킨다.
이런 류의 책들이 어느 순간 읽다보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이 책은 실제 거절을 못해 벌어진 사건들을 언급한 데서 차별점이 느껴져 좋았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 사례들 중 몇 가지는 공포스럽다. 상대방의 요구에 이상스러움을 느꼈지만 그걸 강력하게 어필하지 못한 중에도 아주 극단의 경우의 예기는 했지만 말이다. 저자는 일련의 사례들을 언급하고 거절을 잘하기 위해 먼저 본인 스스로 거절은 나쁜 것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도록 거절 당하기 프로젝트(거절 테라피)에 대해 얘기한다. 일상 속에서 타인에게 소소한 요구를 하고 거절당하는 연습을 하는 것, 이 연습을 통해 거절의 근육이라는 걸 키우고, 거절이 생각만큼 상처가 되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가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나는 아닌데 상대방은 마치 당연한 듯 뭔가를 요구할 때도 있고, 자신이 해줄 것은 실행하지 않으면서 요구만 많은 경우도 많고... 그런 상황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화를 피하고 싶고, 말해봐야 소용없을 텐데 괜히 부정적인 낙인이 찍힐까봐 그냥 넘어갈 때가 많다.(이게 바로 이 책에서 언급하는 학습된 무력감같은 거겠지) 하지만, 정말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요령 좋은 거절을 하면서 살아야 하고 그래야 잘못된 감정 소비 없이 오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건강한 거절이라는 범위에는 생판 남 뿐 아니라 가족도 들어간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끔은 폭력에 가까운 무조건적인 복종이나 요구에 시달릴 때도 있으니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런 거 같다.
거절하지 못하는 삶이 고단하고 지쳤다면,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도무지 더위가 물러갈 기미가 안 보여 더 갑갑하다면, 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