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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절반은 3월에, 절반에 4월 첫 날 다 읽었다.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의 작품 4편을 모은 책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라는데 나는 처음 접했다. 『그랜드마더스』라는 작품이 영화<투 마더스> 원작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랜드마더스』는 영화 <투 마더스>의 원작소설이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 이쁜 나오미 왓츠가 출연하고, 섹슈얼한 느낌의 예고편, 엄마와 엄마 친구 아들 간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 탓에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었다. 이번에 소설로 접하고는 너무 건조해서 놀랐다. 영화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그 끈적한 느낌이 원작소설에는 전혀 없다(영화는 보지 않아서 영화 전체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친자매처럼 친한 두 엄마가 서로의 아들과 사랑을 나눈다는 아침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설정이 정말 덤덤하게 느껴진다. 뭔가 남의 새끼 대하는 듯한, 관조적인 시선의 문체 덕에 사랑의 애틋함도, 마지막에 펼쳐진 파국의 상황도 마치 그냥 흘러가는 일상의 느낌이다. 이 작품만 그런가 싶었는데 함께 실린 『빅토리아와 스테이브니가』, 『그것의 이유』, 『러브 차일드』, 모두 비슷한 느낌이다. 작품 안에서의 사건들은 범상치 않은데 읽으면서 감정이 고조되지를 않는다. 분명 너무 애절한, 아픈, 혹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그런 감정이 마구 분출되지를 않는 거다. 이것도 대단한 재주다 싶었다.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들 작품을 그렇게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그렇게 확 끌리거나 재미있었던 작품은 없었던 거 같다. 대신 뭔가 감탄할만한 점은 하나씩 있었던 거 같은데 요 작가도 바로 그런, 마치 남의 집 불구경하는 듯한 대면대면한 감정선을 지속하게끔 하는 신기한 재주가 있는 거다. 하지만 나는 다시 찾아서 읽지는 않을 거 같다. 일상 속에서도 대부분의 감정을 안으로 삭히는 상황에서 이 작품집을 읽으니 내내 깝깝했다. 나는 등장 인물들과 함께 슬플 때는 슬프고, 기쁠 때는 기쁜,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아직까지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