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여행하는 방법~

뉴욕 미스터리 ㅣ 스토리콜렉터 39
리 차일드 외 지음, 메리 히긴스 클라크 엮음, 박미영 외 옮김 / 북로드 / 2016년 1월

뉴욕을 길게 여행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버스터미널 밖으로 나와 처음 마주친 뉴욕 거리의 생생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엽서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았던 그 도시의 선명한 컬러가 현실 같지 않았었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그때가 기억이 나서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나는 뉴욕도, 추리소설도 좋으니까! ^^;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작가 열 명이 맨해튼에서 가진 소박한 모임에서 시작된 미국추리소설가협회(Mystery Writers of America, MWA)는 이제 3천 5백 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권위있는 조직이 되었고, 2015년 70주년을 맞이하여 조직이 탄생한 맨해튼을 기념하는 특별한 앤솔러지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영화화 된 '잭 리처 시리즈'의 리 차일드, 『본 컬렉터』의 제프리 디버 등 총 17명의 작가들이 뉴욕의 한 장소를 골라 그곳을 배경으로 미스터리 단편을 썼다. 작가들 거의 대부분이 에드거 상(Edgar Awards), 앤서니 상(Anthony Awards), 배리 상(Barry Award), 셰이머스 상(Shamus Award), 매커비티 상(Macavity Award) 등 - 추리소설 대상의 상이 일케 많은지 몰랐다. 정말... - 각종 미스터리 문학에 수여되는 상들을 몇 차례씩 받거나 노미네이트 된 이력에,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딴 상이 있는 작가도 있었다. 작가진이 이러니 작품 내용이야 뭐 말할 것도 없었다. 뉴욕의 상징적인 곳들을 배경으로 현재, 과거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단편이 가진 제약을 뛰어난 심리 묘사로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 작품들이 많았는데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세대의 어린시절과 청년, 장년까지 아우르며 전쟁과 그 이후의 엇갈린 운명을 엮어내거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판타지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도 있었다. 읽는 동안 뉴욕의 과거와 현재를 여행하는 느낌은 기분 좋은 덤이었다.

책 뒷표지에 '뉴욕을 사랑하는 17가지 미스터리한 방법'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문구에서 '사랑하는'을 '여행하는'으로 바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이 된 뉴욕의 여러 곳을 돌아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차이나타운에 밀려나기 전에 뉴욕을 장악하고 있던 이탈리아 마피아부터 전쟁으로 인해 뉴욕에서 벌어졌던 이색적인 첩보전을 보며 뉴욕의 과거도 간접경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 허드슨 강을 바라보며 출판사, 에이전트에 들볶이는 작가로서 괴로움을 토로하는 에드거 앨런 포도 만나볼 수 있다.

잔혹하거나 잔인한 묘사 때문에 추리소설을 멀리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읽는 동안, 뉴욕에 대한, 미스터리 문학에 대한 작가들의 애정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