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의 모험 -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제임스 워드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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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는 것처럼 어릴 때 일종의 보물가게 같았던 문방구를 너무 사랑했던 이유로 구입하게 된 책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마 내 예상보다 저자가 훨씬 전문적이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풀어 놓았기 때문이리라.

 

클립, 볼펜과 만년필, 종이, 연필, 지우개, 형광펜, 포스트잇, 스테이플러 등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일상에서, 혹은 선물, 특별함을 기념하기 위해 쭉 곁에서 함께 해 온 문구들의 역사는 정말 깊고 다양했다. 관련 특허를 내고 꾸준히 연구하고 발명하며, 회사를 차리고 판매를 하기까지 한 품목당 여러 사람이 함께 혹은,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문구들을 만들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출장가신 아버지께서 선물로 사오시곤 했던 볼펜과 만년필의 브랜드를 바로 그 문구의 장에서 발견하고 반가웠고, 한창시절부터 계속 써 온 연필, 형광펜, 수정액 등의 브랜드들도 읽으면서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부분의 문구류에서 독일 도시 및 사람 이름이 많은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유럽 여행 갔을 때 4박이나 묵었던 뉘른베르크가 자주 언급되어서 놀랐다. 뉘른베르크는 장난감 박물관이 유명했고, 세계적인 장난감 전시 및 교역 행사인 <국제 장난감 축제(the International Toy Fair)>가 열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많은 문구류의 출발지도 이곳인듯... 여행 가기 전에 알았더라면 문구 관련해서도 사전에 좀 찾아보고 갔을텐데 아쉽다. -.-;;;

디지털 기기들에 둘러싸여 살지만, 우리는 모두 한편에 아날로그 문구류들을 함께 놓고 산다. 어릴 적 사용하던 필통, 필기구들은 아직도 서랍 속에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다 썼거나 수명이 다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스페이스의 여력이 되는 한 계속 남아 있을 거 같다. 저자도 언급했다시피 전자책이 나오면서 종이책이 종말에 이를 것처럼 떠들었지만, 종이책은 아직도 건재하다. 나도 꼭 화면으로만 읽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인쇄물로 된 텍스트를 본다. 그게 더 집중이 잘 되고, 머리에도 잘 들어온다. 종이에서 나는 냄새도 나한테는 안정감을 주는 거 같다. 저자는 '문구의 미래'라는 제목의 마지막 챕터에서 디지털 시대로 인해 대부분 사라질 거라던 문구류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고 그 생명력을 유지해 나가는지 이야기하며 이렇게 외친다.'펜은 죽지 않았다. 펜이여, 영원하라' (왠지 '올레!'를 외치고 싶어졌다. ^^;;;)

 

문구에 대한 역사와 정보를 풀어내면서 영화나 영드를 같이 언급하거나 해당 문구의 특정 모델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유명인사들을 함께 엮은 부분이 다소 빡빡한 느낌의 이 연대기를 조금 더 부드럽고 흥미롭게 만들어줬다. 언급된 몇몇 영국 드라마는 체크해 두고 찾아볼까 생각 중이다.

조금 더 이미지가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글자로 상세히 설명한들 사진 한장을 당해낼 수 있을까 싶으니 말이다), 이미지를 구하는 일부터 이런 문구의 이미지에도 초상권(?)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책에 게재하기 위한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거라고 짐작이 되니 패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뒤에 뒷표지 날개 부분의 저자 소개를 읽다가 저자가 기획한 '지루함 컨퍼런스'라는 행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이거 꽤 재미있을 거 같다. '별 뜻 없이 지나칠법한 일상의 찰나를 포착하여 그 순간을 흥미롭게 살아내려는 사람들의 축제'라는데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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