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황금가지 페이스북에서 서평단 모집 글을 보고 신청했는데 선정되어서 책이 왔다. 2015년 막바지, 독서 복은 좀 있는 듯... 뉴올리언스에서 실제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액스맨의 재즈』! 실제 도끼 살인마는 1918년부터 1919년까지 뉴올리언스에서 여섯 명을 살해했고, 본문에 나온 도끼 살인마의 편지는 창작한 것이 아니라 당시 신문에 실린 글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책 도입부에 적혀 있는데 좀 오싹했다.

 

뉴올리언스에서 잔혹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다. 도끼를 이용하고 현장에 타로 카드를 남기는 범인은 비명도 목격자도 남기지 않고 강제 침입의 흔적조차 없는 신출귀몰한 행태를 보여준다. 담당 형사 마이클은 부패경찰이었던 선배 루카를 밀고한 탓에 경찰서 내에서도 거의 왕따인 상황에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사건 덕에 언론의 비난까지 껴안으며 진퇴양난에 몰린다. 마이클의 증언으로 수감되었던 루카는 모범수로 가석방되어 뉴올리언스로 돌아오고, 잔혹하게 살해된 이탈리아인 피해자들로 인해 심기가 불편한 마피아 수장 카를로의 부탁과 고향으로 돌아갈 자금 마련을 위해 사건 해결에 나선다. 핑커턴 탐정 사무소 뉴올리언스 지국에 고용된 아이다는 처음 약속과는 달리 소소한 사무업무만 지속되던 상황에 염증을 내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실마리를 쫓아 친구 루이스와 함께 살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소설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금주법 시행을 앞둔 미국의 뉴올리언스, 흑인과 혼혈(크리올)의 비중이 높으나 (차별이 만연한 상태에서) 대부분 빈곤하고, 이탈리아 마피아의 힘이 막강했던 도시다.

덕분에 셜록의 광팬이며 명석하고 재기 넘치는 아가씨 아이다는 탐정 사무소의 잡일로 소일하고, 탁월한 재즈 연주자 루이스는 눈치를 보며 백인이 좋아할만한 연주만으로 재능을 낭비한다. 또한 마이클은 사랑하는 흑인 아내 아네트를 가정부로 속이고 아이들의 존재는 숨기고, 주일 예배조차 다른 곳에서 따로 봐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권력자인 베어먼 시장은 이탈리아 마피아와 결탁하여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 법령 탓에 충돌이 생기자 이권 유지를 위해 음모를 꾸민다. 물론 자신의 손은 하나도 더럽하지 않을 방법으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도끼 살인마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누가 진짜 나쁜 놈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린 보데 남매에게 일어난 비극, 그 조차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활용한 일당들에게 정말 분노가 끓어올라 참을 수가 없다.

원칙을 가지고 살아온 깨끗한 형사 마이클이 자신을 도와주던 케리 경관을 무자비한 총격으로 잃은 후, 루카의 오른팔이었던 헤이트너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마음도, 그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마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마이클, 아이다, 루카, 그리고 기자 라일리의 시점이 번갈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이클, 아이다, 루카, 모두 같은 듯 다른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다른 제보자를 만나고 다른 단서를 얻지만 같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게 흥미롭다. 약간씩 비어 있는 부분은 있지만, 결국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되는 세 사람, 아마 서로 아는 바를 공유했으면 완벽하게 모든 관련자들의 이름과 정체가 밝혀졌을 테지만, 작가가 그러지 않기를 바란 거 같다.

 

그냥 세상 돌아가는 게 그렇다는 이야기야. 도끼 살인마는 불가사의한 존재이지 않나. 설명할 수 없이 텅 비어 버린 존재지. 하지만 사람들은 텅 비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비어 있는 것을 볼 때면 언제나 그걸 채우기 시작하지. 우리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어두운 것들로 말이야. 보데 씨 부부를 죽였던 그 이탈리아인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 자신들이 무서워하던 것으로 마음을 채웠어. 주술로 말이야. 도끼 살인마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 이탈리아인들은 도끼 살인마를 두고 흑인이라고 생각해. 경찰은 흑수단이라고 생각하지. 흑인들은 아마도 도끼 살인마가 강대하고 사악한 백인이라고 생각할 것 같네. 사람들은 하나 같이 같은 것을 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 보고 있는 것 같이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달리 보고 있다네. 어떤 두려움이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윙윙대느냐에 따라 다른 거야.

- 본문 중에서

 

작품 속에서 내내 내리는 비 때문에 등장인물들과 같이 계속 젖어 있는 느낌이었고, 그 덕분에 한층 혼란스럽고 무거운, 비극적인 느낌이 더 잘 살았다.

영국 추리 작가 협회(CWA)가 수여하는 신인상을 받았고 드라마로 제작 예정이라니, 영상으로 만날 순간을 기다려 본다. 마이클과 아이다를 잘 활용하면 장수하는 드라마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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