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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평점 :
사놓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다짐만 했는데 어제부터 해서 후딱, 드디어 읽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책을 세워서 비스듬히 내려다 보기도 하고, 90도, 180도로 돌려 보기도 하고, 째려보기도 한 적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예상과는 다른 아주 다이나믹한 책읽기가 되었다.
막상 책장을 펴기 전에는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히 착각이었다. 우리가 흔히 놀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의 기원과 예술, 과학,
기술과의 경계 짓기 애매모호한 관계들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흥미롭게 풀어 놓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언급된 몇몇 작가들이
유럽여행 때 둘러보았던 미술관, 박물관에서 인상적으로 접했던 사람들이라서 그 때 기억도 나서 좋았다.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대해 수업하면서
언급했던 몇몇 기구들도 제대로 등장해서 반가웠다. 이 책을 읽는게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졌달까...
저자가 나한테는 인터넷이나 몇몇 토론 프로그램에서 거침없이 자기 표현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책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좀 다르고,
그게 다행(?)스러웠다. 예전에 친했던 언니가 미학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이 분이 지은 다른 책들을 거의 필독서라고 얘기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분이 TV와 다른 미디어에 등장하면서 나는 이 분이 그 때 언니가 얘기했던 그 학자가 맞나 싶었기 때문이다. 뭐 내 맘에 든 부분이든 아니든
다 한 사람 안에 내재되어 있는 모습일 테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에 잠깐 스쳐갔거나 지금도 나를 잡아끄는 매력적인 놀이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지, 나는 스치듯
접해놓고 잊어버렸지만 집요하고 진지한 예술가 혹은 과학자들에 의해서 진화해 나가고 있는 모습들을 알 수 있어서 기뻤다. 숨겨진 알파벳이,
이미지가 보이지 않아 자꾸 책을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호기심 가득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