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어디로 갔나
서영은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이제 빌려온 책읽기가 끝났다.

이것도 친구가 빌려준 건데 뭐라고 하면서 빌려줬는지를 잊어버렸다가 읽고 나서 어렴풋이 기억이 나면서 아이고야 싶었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의 세번째 아내가 되는데 나이차이가 30살... 아이를 다섯이나 낳은 첫번째 아내와 외도로 이혼하면서 겪은 고통과 세간의 구설수가 무서웠음에도 남자는 두번째 아내와 살면서 그녀를 애인으로 둔다.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두번째 부인은 본인도 남의 눈에 눈물나게 만든 사람이라서 그랬던 건지 그녀에게 찾아와 남자가 불쌍한 사람이라며 잘해주라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여자는 딸에 대한 걱정으로 채근하는 노모 덕(?)에 남자와 몰래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세번째 아내가 된다. 남자와 여자의 노모와의 나이 차이는 4살... 남자의 집으로 들어와 결국은 기사로 자신이 세번째 부인이 되었음을 세상에 공개한 여자는 그토록 사랑했던 연인이 그저 노인으로 느껴지며 결혼이, 부부가 이런 것인가 조소하기도 하고 끝까지 그의 곁에서 버티리라고 의지를 불태우기도 하면서 살아 간다.

남편은 세간에 잘 알려진 김동리 작가다. 나는 고등학교 때 다녔던 학원의 국어 선생님으로 인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이름 있는 작가들이 개인적, 사적으로는 작품과는 전혀 별개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는데 그게 사람을 좀 헷갈리게 만들었다. 시는 참으로 아름답고 깨끗한 기개가 돋보이지만, 그 성질머리는 하루라도 밥상을 엎지 않은 날이 없다는 어떤 작가의 아들이 너는 우리 아버지가 존경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는 고백이 시에서 느꼈던 감정과 상충되는 마음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뭐 꼭 아름다운 작품을 쓰는 사람이라고 그 작품대로 살라는 법은 없겠지. 본인의 이익과 편의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번씩 말을 바꾸는 사람들을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서 매일 매시간 접하고 있으니 작가들에게만 그런 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그래도 유부남이었던 당신과 헤어지려고 떠났다가 돌아온 여자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 코피가 날 정도로 주먹질을 하며 매순간 사랑의 다짐을 받았다는 남자가 결혼하고 여자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아니 결혼에 이르는 것까지도 남의 눈을 세상을 의식하며 상대방에게 안겨준 구차함부터 정말 나는 이해가 안 간다. 진짜 이런 게 사랑이고 결혼인 거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싶다.

작가가 이 얘기를 소설로 풀어낸 것은 세상을 떠난 남자와의 완전한 이별을 위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사랑하고 결혼해서 살았으니 후회도 아쉬움도 없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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