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어서 샀는데 첫 챕터를 읽으면서 '아... 잘못샀구나'했다.

처음 한달의 유럽여행을 홀로 떠날 준비를 하던 내게 친구가 권해줬던 책이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이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여느 여행 에세이보다 기억에 남았다. 아직도 그 책이 책장에 남아 있는 이유다.

이 책은 그런 빌 브라이슨을 날려버렸다는 홍보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어서 읽기 전부터 살짝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 읽은 지금 나는 이 책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라고 봐주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행복에 관련된 심리 서적 같은 느낌도 여러 군데서 풀풀 풍기지만, 그런 류의 책이라고 분류하기도 그렇다. 한 마디로 이도저도 아니랄까...

내 생각에 저자는 행복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그런 책이 너무 많아서 뭔가 차별점을 두기 위해 행복 지수를 바탕으로 10개국(네덜란드, 스위스, 부탄, 카타르, 아이슬란드, 몰도바, 태국, 영국, 인도, 미국)을 정해 방문하고 그 방문기와 행복에 대한 얘기를 잘 엮어 보기로 한 거 같다. 그래서 현지인, 이주민, (행복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곳곳에 행복에 대한 연구나 논문의 인용구들을 집어 넣었을 거다.

역자는 이 책을 컨셉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번역하면서도 정말 재미있었다는데... 나는? 나는?

나는 차라리 작가가 한 가지 노선만 택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에 관련된 저작이나 논문의 인용구, 통계가 덜 들어갔으면 조금 더 재미있었을 거 같고(여기서 <행복의 정복>이 인용된 걸 발견하고 반갑기도 하고 심란하기도 했다)... 물론, 그 중 몇 가지는 적어 놓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것도 있었다. 아이슬란드나 부탄은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에 관한 걱정을 그만두고 자신의 불행에서 뽑아낼 수 있는 보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편이 더 낫다." - 로버트슨 데이비스

저자는 이 행복을 위한 여정에서 배운 것들이 자신에게 어떤 작은 변화를 일으켰는지 책 말미에 적어 두었다. 그래 여행이라는 것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굳이 그게 행복을 위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특히나 홀로 떠나는 여행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집중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그렇다. 다음 여행은 남미로 가고 싶었는데 아이슬란드로 가야할 거 같다. '함께 구하다'라는 어원 그대로의 의미인 경쟁, 그로 인한 최소한의 시기심, 실패를 찬양하는 분위기... 물가가 엄청나다는 게 맹점이지만, 가야겠다.

에잇,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었는데 또 다른 <행복의 정복>을 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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