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잡동사니는 어떻게 박물관이 됐을까? - 수집광과 편집광이 만들어낸 박물관의 나라, 영국 26개 박물관 인문학적 탐방기
이지희 지음 / 예경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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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유럽을 여행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된 점 중에 하나는 내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떠나기 전 계획을 짤 때는 일정 안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많지 않았는데 실제 돌아다니면서는 도시마다 빠지지 않고 1군데 이상씩 둘러보았고, 작은 도시의 경우 있는 박물관을 다 보거나 문 닫기 30분 전의 박물관에 입장해서는 배려심 많은 직원을 만나 무료로 돌아보고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의 여행을 떠올릴 때 가장 많이 기억나는 것이 박물관, 미술관에 대한 부분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게 스위스 바젤의 장팅글리 뮤지엄(Museum Jean Tinguely), 오스트리아 린츠의 전자예술센터(Ars Electronica Cente)였고, 가장 슬펐던 게 기대하고 찾아간 바젤 종이박물관(Basel Paper Mill)에서 리뉴얼 공사로 11월까지 문닫는 공지를 보고 돌아서야 했던 기억이다. ^^ 물론 다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유럽 배낭여행 카페에서 이벤트를 통해 알게 된 이 책은 보는 순간 바로 그 때의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정성을 들인 댓글 탓에 출간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며칠 동안 영국의 26개 박물관을 찬찬히 간접 관람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영국의 26개 박물관을 총 5개의 파트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 박물관의 역사적인 배경, 연혁과 관련된 부분, 전시물, 관람팁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홈페이지와 가는 법, 개장시간, 입장료까지 각 박물관에 대한 정보들이 상세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잘 구성되어 있다. 전에 여행할 때는 박물관들을 거의 어떤 사전 정보나 관련 지식 없이 가서 직접 느끼고 보고, 다 보고 난 후에 그 박물관이나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찾아봤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가서 더 즐겁게 본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가는 재미도 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다가 가보고 싶은 박물관에 따로 표시를 해 보았다.

성 미카엘 언덕(St. Michael's Mount)_ 바닷물이 빠지는 순간에 장화를 신고 돌다리를 걸어가는 재미가 남다를 듯...

안위크 성(Alnwick Castle)_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 학교 촬영지인데 가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거 같다. 빗자루 타기 수업도 체험할 수 있다니...

국제노예제도박물관(International Slavery Museum)_ 재현된 노예선의 단면은 정말 충격적이다.

영국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_ 매년 이곳에서 개최하는 초상화 공모전에 참가하라고 주변에 알려줘야지.

영국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_ 무엇보다 이곳의 2백50작품을 음성과 함께 제공하는 '러브 아트'라는 애플리케이션은 소장가치가 있다.

맨체스터 미술관(Manchester Art Gallery)_ 관람객이 느끼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한 기획전시는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그리고, 영국의 민속촌 블리스츠 힐 빅토리안 타운(Blists Hill Victorian Town), 열대와 극지의 날씨를 체험할 수 있는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 박물관이 된 쾌속 범선 커티 삭(Cutty Sark), 영국의 운하와 관련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영국국립수로박물관(National Waterways Museum)도 꼭 한번쯤 직접 가보고 싶다.

꽤 많은 박물관이 무료입장이다. 나는 여행에서 입장료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지출을 했었는데... OTL 이런 부분에서도 미리 어느 정도 알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내가 본 많은 박물관처럼 영국의 박물관에서도 이집트나 그리스 유물이 빠지지 않는 듯 하다. 저자도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어 놓았는데 전에 뉴욕의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돌아보면서 친구에게 들었던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더라. 저자가 이집트에 가봤는지 궁금하다. 나도 비슷한 의견이었지만, 이집트에 가보고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으니 말이다.

중간중간 '알고 가면 더 좋은 박물관 잡학'이라는 제목의 팁들도 읽는 재미가 소소하다. 단순히 좀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영국 가문의 문장이 컬러와 이미지마다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고, 박물관마다 특색있는 기부함의 모습도 신기했다.

좋은 기회로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어서 기뻤다. 간접 관람이기는 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박물관들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언젠가 직접 갈 수 있을거라고 믿으면서, 들떠서 왠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연말을 잘 이겨내야겠다. ^^;;;

 

+ 읽다 보니 프로이트 박물관(Freud Museum)이 오스트리아 빈에도 있단다. 여행 중에 빈을 좀 대충 보긴 했지만, 전혀 몰랐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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