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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하라다 마하 지음, 송현정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0월
평점 :
개인적으로 여행은 스트레스 해소의 중요한 수단이자 자기 돌봄의 한 가지 방법이다. 몇 개월을 준비해서 멀리 떠나기도 하지만, 아주 짧게 다른 동네 탐험을 하기도 한다. 나 홀로 여행이 재미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기술이 잘 발달해서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나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게 어렵지 않아 괜찮다. 같이 하는 재미도 있지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에 채워지고 치유되는 에너지도 중요하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고른 이 소설은 아이돌 출신 연예인 오카에리가 유일하게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 '소소 여행'이 폐지된 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직접 여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리 여행을 의뢰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어느 여유로운 아침 기대치 않게 단숨에 읽어 내려갔고 결국에는 눈물을 글썽이게 되었다.
대리 여행의 시작은 난치병에 걸려 열아홉 살부터 투병 중인 딸을 위한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에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난감함이 앞섰던 오카에리와 소속사 사장, 텟페키는 직접 만나게 된 모녀의 모습과 가족의 사연을 듣고 결국에는 의뢰를 받아들이게 된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든 걸 직접 감당해야 하는 두 사람에게 '소소 여행'의 스태프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지만, 기운차게 첫 대리 여행을 시작한 오카에리는 겪은 적 없는 최악의 날씨에 절망한다.
첫 대리 여행지로 등장하는 아키타는 전에 나도 가 본 적 있는 곳이었다. 자유여행이 아니라 교류단 활동으로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하는 여정이었지만, 허리까지 오도록 쌓인 눈, 그 눈에 압사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 그리고 아름답고 고요한 풍경과 순수하고 친절했던 사람들로 아직까지도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투병 중인 마요가 원하는 풍경, 음식, 체험으로 채워가며 그녀에게 보여줄 영상 속에 그녀와 가족을 응원하는 마음까지 담으려 애쓰는 오카에리, 그리고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이 더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오카에리가 하는 대리 여행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 바람이 얽혀서 단순한 여행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다. 직접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의 간절함과 오카에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다정함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로 이토록 무해한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텟페키 사장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 광고주 에츠코 회장의 대리 여행 의뢰는 마지막 오카에리의 결단까지 의외와 감동의 여정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성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누구보다 즐기며 하고 있었던 오카에리는 대리 여행을 통해 오히려 더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 그리하여 성공해서 돌아오라던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비로소 그리운 고향에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와의 통화에서 '돌아가도 될까?'라고 묻는 오카에리의 물음에 힘껏 고개를 끄덕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 건 나만은 아닐 거다.
